윤관석 결국 구속…돈봉투 수수 명단에 檢출신 민주당 의원도 있다

허정원, 이창훈 2023. 8. 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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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 돈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윤관석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4일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의원 20명의 명단도 특정했다. 이 가운데는 검찰 간부 출신 민주당 의원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윤관석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에 관한 자료들이 상당 부분 확보되어 있는 현재까지의 수사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와 관여 정도, 피의자의 지위, 이 법원의 심문 결과 등에 의할 때,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 청구서 기재와 같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며 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국회가 임시국회가 열리는 16일까지 휴회 기간이라 두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없이 이뤄졌다.


수수 의원 특정한 檢…동선, 과거 양형도 강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 의원(왼쪽)과 이성만 의원이 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을 특정하고, 윤·이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의 동선(動線)을 공개하며 혐의를 소명했다. 지난 6월 12일 국회가 이들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뒤 청구한 구속영장인 만큼 그동안 보강수사해 확인한 사실관계들을 추가로 설득하는 차원이다.

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일주일여 앞둔 2021년 4월 민주당 의원 20명에게 3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건네기로 계획하고, 직접 건넨 혐의(정당법 위반)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이 돈봉투를 살포한 건 2021년 4월 27~28일 이틀이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 장소로 특정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 대한 의원들의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해왔다.

또 윤 의원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오늘(4월 28일)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면서 미처 주지 못한 의원들에게 현금을 전달하려면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의원회관 내 동선도 추적해왔다. 검찰은 이를 위해 지난 6월 5일과 7월 10일 두 차례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하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출입기록을 받았다.

이밖에 검찰은 과거 다른 정당법 위반 사건과 양형 사례를 제시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6000만원보다 제공 금액이 적은 사건에서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전례를 거론하며 구속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영장심사 상황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 외에 물적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이 조사를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답했다.


송영길 향하는 검찰 수사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6월 7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한편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성만 의원도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2021년 3월 경선캠프 관계자에게 100만원을 제공하고, 지역본부장에게 줄 현금 1000만원도 마련하는 등 정당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이 뿌렸다는 300만원이 돈봉투를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판사님 앞에서 검찰의 영장청구가 얼마나 부당한지 잘 설명드리고 현명한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윤 의원이 “법원 심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적극적으로 잘 소명하겠다”고만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도 “검찰이 (저를) 단순 전달자라고 했는데 만약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법리적으로 단순 전달자는 무죄”라고 말하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교체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일반적으로 1년 반 정도인데 (전화도 교체 못하면) 어디 사람들이 무서워서 바꾸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관리하는 등 ‘중간책’ 역할을 한 송 전 대표의 박모 전 보좌관 구속기소에 이어, 돈 봉투를 실제 전달한 윤 의원까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송 전 대표로 향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정황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송 전 대표의 경선전략 컨설팅 비용 9240만원을 대납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컨설팅 결과 보고 문건을 업체로부터 직접 보고받기도 했다.

허정원ㆍ이창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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