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명 英스카우트, 잼버리 전격 철수…서울 호텔로 옮긴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 속에 진행 중인 '2030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 참석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캠프에서 전격 철수한다. 영국은 이번 행사에 단일 국가로 최대 인원을 파견한 나라로, 그간 온열질환 환자 발생 등 각종 논란을 예의 주시해왔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현재 한국의 잼버리 행사에 참석 중인 자국 스카우트 대원 전원을 행사장에서 빼내 호텔로 이동시키고 있다. 연맹은 이틀에 걸쳐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잼버리 행사장에 있는 대원을 서울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이번 행사에 158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을 파견했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철수 결정에 대해 "행사장 현장의 전반적인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잼버리 현장에 있는 동안, 영국 자원봉사팀은 청소년 회원들이 버틸 수 있게 충분한 음식과 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는 청소년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최대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활동 프로그램을 협의해 서울에서 잼버리 체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잼버리 폐막 이후인 13일 귀국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서는 지난 2일 개영식에서만 100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등 가마솥 더위 속에 환자가 속출했다. 벌레물림과 복통 등 다른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었고 코로나19까지 번지면서 운영 미숙과 준비 부족 논란이 불거졌다. 외신들도 잇따라 주최 측의 미습한 폭염 대책 등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해왔다. 지난 3일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자국 영사들을 새만금에 급파해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이날 영국 스카우트 연맹의 결정에 대해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새만금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서울로 이동시킨다는 연맹의 결정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주한영국대사관은 영국 스카우트 연맹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만금 잼버리의 조직위원회는 영국 대표단이 조기 퇴영 의사를 밝혔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전북도는 "아직 정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칫 영국을 선두로 다른 국가들까지 도미노 철수로 이어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가디언은 "영국의 전격 철수는, 최근 며칠 간 발생한 부정적 외신 보도에 대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한국 당국에 큰 타격과 당혹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대규모 글로벌 행사를 개최해 선진국의 명성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엑스포 개최국이 되기 위해 뛰고 있다"면서 "개최국 선정이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2030 엑스포는 국가적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일 개막한 잼버리 행사엔 세계 158개국의 4만3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야영 여건이 열악해 두통·어지러움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폭증하고 있다. 행사 조직위는 지난 3일 하루 동안, 행사장 내의 병원에 방문한 환자 수는 총 1486명이며 이중 온열질환자는 138명이었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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