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재 '8년 인연' 조력자가 말하는 '바이에른 가는 선수의 마음가짐'
[풋볼리스트=뮌헨(독일)] 김정용 기자= 김민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부탁하자, 조력자인 홍동현 오렌지볼 대표는 선수의 남다른 마음가짐에 대해 한참 설명했다.
지난 7월 말 뮌헨 현지에서 만난 홍 대표는 오렌지볼의 독일 현지 법인 설립을 위해 관공서를 다녀온 뒤였다. 김민재 1인 에이전시에 가까웠던 회사는 고객을 베이징궈안에서 페네르바체로(2021), 나폴리로(2022), 올해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 시켰다. 바이에른에서는 좀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 홍 대표는 현지에서 김민재를 잘 지원하기 위한 기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앞서 '풋볼리스트'가 소개한 포르투갈인 에이전트 마우로와 긴밀히 소통하며, 홍 대표는 김민재의 세 차례 이적을 추진해 왔다. 독일어가 능숙하고 현지 거주 경험도 있는 홍 대표는 이적이 확정된 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유독 바쁘게 움직였다. 오렌지볼이라는 사명에는 어린 시절 독일에서 썼던 악천후용 주황색 공처럼 언제든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았다는데, 어쩌다보니 독일로 돌아와 주황색 공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홍 대표는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선수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 김민재가 선수로서 한층 진지해진 날
김민재의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당시 에이전시 직원으로서 인연을 맺었던 홍 대표는 선수의 특징을 묻자 "목표지향적"이라는 특징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김민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유럽 진출 후 달라진 모습을 주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튀르키예 명문 페네르바체에서 보낸 1년이 선수를 많이 바꿔놨다는 것이다.
"갈라타사라이를 상대하는 이스탄불 더비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서, 김민재의 축구적인 의지가 더 뻗어나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엄청난 더비의 분위기를 통해 이런게 유럽축구라는 걸 느끼고, 비로소 유럽에 착륙한 듯했다. 그날 '확실히 압박감과 무게감이 다르다'고 말했던 김민재를 기억한다. 그 뒤로 더 진지해졌다. 축구선수로서 성인이 됐다는 느낌이다."
▲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김민재
"튀르키예에서 반 시즌 쯤 뛰었을 때였다. 가지안테프 상대로 큰 실수들을 했고, 실점도 내줬다. 인상적인 건 그 경기 이후의 반응이었다.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과정이 특별했다. 그 뒤부터는 내게 지적을 많이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력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기 시작한 시점이다. 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려 한다. 나를 비롯한 에이전트들과 터놓고 실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민재의 목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홍 대표의 말은 최근 김민재가 '풋볼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민재는 경기가 잘 풀린 날 별다른 말이 없는 반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날은 메신저에서 긴 대화를 이어간다고 한다. 공격과 수비 역할이 나눠진 축구에서, 센터백으로서 세계최고를 목표로 하는 선수의 자연스런 가치관일지도 모르겠다.
"김민재가 스스로 생각하는 하이라이트가 있다. 나폴리 시절 중에는 다들 아는 AC밀란 원정 경기 외에도 남들은 잘 모르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경기가 하나 더 있었다. 튀르키예에서는 갈라타사라이 원정, 그리고 후반기 트라브존스포르전이었다. 그런 경기들을 실수 없던 날의 표본으로 늘 품고 있다. 이런 자세를 바탕으로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 든다. 물론 실수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과거 저질렀던 실수와 똑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 선수다."
경기를 간단하고 쉽게 풀어가려는 경향도 실수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의식에서 비롯된다. 위치선정이든 움직임이든 담백한 경기를 먼저 추구하며, 감독이 요구하면 그때부터 과감한 플레이를 하나씩 섞어가는 편이다. 나폴리에서도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더 자주 올라가라고 끝없이 요구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홍 대표는 "유럽 감독들과 만나면서 자율적으로 몸 상태와 경기력을 관리하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 더 많은 한국 수비수의 유럽행을 꿈꾼다
오렌지볼은 이제까지 김민재 1인 에이전시에 가까웠다. 김민재에 대한 지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독일 현지 사무소를 여는 동시에, 다른 선수의 유럽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수비수가 유럽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김민재와도 함께 고민해서 준비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유럽에서 기회를 주는 방법을 고민하려 한다."
사진= 오렌지볼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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