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박스에서 나온 흉기…고속터미널 20대男 "너무 힘들어서"

흉기 들고 다니다 경찰에 체포

'서현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 다음 날인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경부선 1층 상가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니다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확산하고 있는데, 왜 흉기를 들고 다녔냐고 묻자 그는 "힘들어서"라고 답했다.

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오전 10시 39분께 "고속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성이 있다"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 6분 만인 오전 10시 45분 2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행인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는 A씨 체포 당시의 상황이 담긴 43초 분량의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을 보면 하얀 긴소매 셔츠에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A씨가 경찰 2명에 붙들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경찰은 A씨가 들고 다닌 소지품을 들춰보며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했다.

경찰이 "확인 좀 할게요. 칼 어디 있어요?"라고 묻자 A씨 상자를 가리키며 "저 박스에 있어요, 박스. 호신용으로"라고 답했다.

이에 경찰이 바닥에 있던 스팸 상자 뚜껑을 열자 식칼로 추정되는 흉기가 나왔다.

흉기를 들고 다녔냐는 경찰의 질문에 A씨는 "아니요. 들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넣어놓기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들고 다니는 거 봤다는데?"라고 묻자, A씨는 "제가…"라고 무언가 설명했다. 경찰이 "왜, 왜?”"라고 다시 묻자 A씨는 말끝을 흐리며 "너무 힘들어서…"라고 답했다.

이후 대화 내용은 주변 소음으로 인해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는 A씨가 사제총기를 소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음악과 불빛이 나오는 유아용 장난감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벨트도 착용하고 있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A씨가 착용한 벨트와 총이 일본 만화 ‘가면라이더’에서 나오는 소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늘(4일) 오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서현역 칼부림 사건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