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칼부림’ 영상 확산, 시민들 트라우마 ‘빨간불’

이예솔 2023. 8. 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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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부터 각종 SNS에는 아비규환인 서현역 현장 사진들이 속속 올라왔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이 온라인상에 공유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한 누리꾼은 "이태원 참사 때도 현장 사진과 영상이 많이 보였다"라며 "또 한동안 보일 것 같다. 보기 싫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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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인근 대형 쇼핑몰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4일 오전 사건 현장 인근으로 경찰차가 진입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홍모(25·여)씨는 4일 오전 SNS를 보다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영상을 접했다. 피의자가 범행 현장에서 칼을 들고 돌아다니는 영상이었다. 홍씨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보게 됐다”며 “게시글이 많아서 자꾸 반복해서 접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흉흉한 뉴스들만 접하니 우울감을 느낀다”라며 “당분간 SNS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연이어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범행 영상을 접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원치 않아도 SNS를 통해 강제 시청하는 일이 많아 문제다.

지난 3일 밤부터 각종 SNS에는 아비규환인 서현역 현장 사진들이 속속 올라왔다. 서현역은 유동 인구가 많고 만남의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사진에는 일상의 흔적은 사라지고 참혹한 현장 모습이 담겼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들의 모습과 피가 흥건한 현장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자극적으로 확대해 편집하거나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사진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칼부림’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게시글이 1000개 이상 나온다.

짧은 영상 콘텐츠인 숏폼 영상으로도 만들어져,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사건 당시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영상엔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시민들에게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인상착의는 물론 흉기를 휘두르는 범행 장면도 그대로 재생된다. 일부 게시글은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멘트를 적기도 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인근 대형 쇼핑몰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충격적인 범행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끔찍하다” “이런 거 보고 싶지 않다” “속이 안 좋아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잔인한 영상에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강원 원주시에 거주하는 이모(26·여·직장인)씨는 “사건 영상을 계속 보면서 남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라며 “미친X은 어디에나 있으니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사무실에 누가 갑자기 들어와서 칼로 찌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5·여·직장인)씨는 “자꾸 영상을 접하다 보니 오만가지 상상을 하게 된다”며 “공포감이 심하게 든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이 온라인상에 공유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 관련 ‘가이드라인’은 부재한 상황이다. 숏폼 영상은 특히 보려고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 재생되는 방식이라, 원치 않는 이용자들도 강제 시청하게 되는 점이 문제다. 한 누리꾼은 “이태원 참사 때도 현장 사진과 영상이 많이 보였다”라며 “또 한동안 보일 것 같다. 보기 싫다”라고 적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통 트라우마는 본인이 경험하거나, 가까운 가족 등에게 (사건이) 일어날 때 겪게 된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사진과 영상 화질이 좋아지고, 영상 확보가 쉬워져서 직접 트라우마에 중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면, 불안 장애나 불면증 등의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더 큰 영향을 받는다. 10대들에게 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사건 현장 영상을 유포해도 현행법에선 처벌이 어려울 전망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는 “이 같은 사진과 영상들은 현장을 알리는 취지에 가깝다”라며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거나, 비방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사이버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참혹한 장면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는 것을 두고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일”이라며 “형사처벌 여부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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