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면이 어디?"…'칼부림 예고' '찌라시' 동시다발 쏟아졌다

이수민 2023. 8. 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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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잇따라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가운데 온라인상에선 ‘OO역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가짜뉴스와 ‘00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범죄 예고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지며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20대 피의자 최모씨가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뛰어다니다 붙잡혔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한 지 2주 만이다.

서현역 일대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백화점에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내손면이 어디? 있지도 않은 곳에서 ‘칼부림’


이후 온라인상에선 특정 지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는 허위사실이 빠르게 유포됐다. 4일 오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11시 22분쯤 포천 내손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취한 40대 남성이 흉기로 위협해 3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글이 퍼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내손면은 존재하지 않는 지역명이고, 지역명이 비슷한 내촌면에도 시외버스터미널은 없었다. 그런데도 해당 글은 당국이 사용하는 알림 메시지 형식을 모방해 혼란을 키웠다. 경찰과 소방에도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에서 4일 오후 2시를 전후로 올라온 '수유역 칼부림' 가짜뉴스. 사진 트위터 캡처


같은 날 오후 2시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수유역에서 칼부림이 났다’는 글이 확산했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오후 12시 4분쯤 수유동 한 도로에서 30대 남성이 빈 병을 깨뜨려 자해 소동을 벌였을 뿐 칼부림 사건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SNS에선 ‘칼부림이 났으니 주변 사시는 분들 조심하라’는 글이 일파만파 퍼졌다.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였다.

4일 오후 '실시간 진주 모 아파트에서 칼부림이 났다'고 올라왔으나 이는 전날 벌어진 사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트위터 캡처


시간과 장소가 뒤바뀌어 가짜뉴스가 만들어진 사례도 있었다. 4일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3일 오전 대구 한 PC방에서 알바생과 용의자인 손님이 말다툼 도중 흉기로 알바생에게 상해를 가하고 도주했다’는 내용이 퍼졌지만 이는 ‘군산 한 PC’방에서 일어난 일을 오인한 내용이었다.

같은 날 ‘택배기사가 실시간으로 진주 아파트에서 흉기 난동을 목격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지만 이는 ‘실시간’이 아닌 ‘전날’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이웃간 갈등이었다. 피해자는 생명에 이상이 없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범죄 예고 목록’에 경력 배치


텔레그램 등 단체 채팅방에선 ‘칼부림 예고 목록’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부분 커뮤니티에 잠깐 올라왔다가 삭제된 내용을 정리해 만든 목록이었다. 경찰은 범죄 예고 글 작성자를 찾는 한편 현장에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가짜 뉴스들이 확산하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오후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의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대해 예외 없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경찰청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내 ‘전담대응팀(TF)’을 꾸렸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흉기 난동 범죄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당방위 어디까지냐’ 논란도


가짜뉴스와는 별개로 온라인상에선 ‘정당방위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무차별 흉기 난동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대응하기까지 사실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장에 있는 시민들이 나서 범인을 제압해야 하는데 이는 자칫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단 것이다.

일례로 커뮤니티에선 2020년 4월 인천 한 공원에서 흉기를 들고 덤빈 친구를 맨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김모씨의 사례가 공유됐다. 당시 김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에게 흉기로 팔을 찔렸다. 화가 난 김씨는 친구의 손을 쳐 흉기를 떨어뜨린 다음 폭행해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혔는데 재판부는 이를 ‘과잉방위’로 판단했다.

네티즌들은 “누가 칼 들고 덤기면 죽기 아니면 감옥 가기 중 택해야 하는 거냐” “이참에 정당방위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등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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