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위, 文정부 보 해체 결정 취소…시민단체 "졸속 결정" 반발

정은혜 2023. 8. 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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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재검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이하 물관리위)가 4일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배덕효 물관리위 민간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1년 1월 18일 (1기) 위원회가 확정했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해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물관리위는 당시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심의·의결해 세종보·죽산보·공주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를 상시개방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이전 정부의 보 처리방안 마련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항이 다수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물관리위에 2021년 당시 물관리위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또는 상시개방 결정을 재심의 해달라고 요청했다.

배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 전임 정부 산하 환경부에서 과학적, 합리적 방법 대신 타당성·신뢰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방법을 사용해 보 해체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수행했고, 보 처리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위원회는 공익감사 결과, 4대강 유역물관리위원회 설명회 결과를 종합 검토해 2021년 위원회의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번 의결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을 변경하고,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조 발생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녹조 저감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배 위원장은 "녹조는 보가 물을 가두면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염원이나 강물의 수온 상승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며 "녹조 문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앞으로 정부 기관이 힘을 쏟을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녹조 발생 원인 다양…원인 규명하는 데 힘써야"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는 2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한강 최상류이자 수도권 식수원인 이곳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처음이다. 수자원공사는 폭우로 오염원이 흘러들어온 뒤 폭염이 닥치면서 녹조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물관리위원회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배덕효 세종대학교 총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관계부처 장관과 학계·연구기관·법조계 등의 물 전문가가 민간위원으로 위촉된다. 물관리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물관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상위 기구로 만들어졌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 변경할 뿐 아니라 정부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의 물 분쟁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1기 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또는 상시개방을 결정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2기 위원회는 이 결정을 번복하면서 기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위원회는 지난 봄 남부지방 가뭄 당시 발표된 환경부의 보 활용 계획에 이어 지난 달 감사원 결과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 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배 위원장은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이번 결정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며 "향후 보의 활용 등 결정에 따른 이행은 환경부가 해야한다"고 답했다.

환경부·감사원과 별도로 위원회 자체적인 조사 과정과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이번 결정은 감사원이 1년 5개월 넘게 감사한 결과를 평가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심도있는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보름 만에 졸속 결정" 시민단체 반발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관련 국가물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금강·영산강 수문 개방 후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23.8.4/뉴스1
4대강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물관리위 브리핑 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해체를 결정하는 데 1년이 걸렸고 4대강 조사평가단의 준비과정까지 약 3년 넘게 이 사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감사 결과 발표 후 보름 만에 이전 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하려면 1기 위원회가 거친 수준에 상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 밀실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로써는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지류·지천의 준설 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다만 20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만큼, 향후 사업 과정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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