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만 찾던 中방문 관광객 5만명 수준 곤두박질,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외국인 방문객들. ⓒ AF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급감했다. 고강도 방역정책인 ‘제로코로나’를 해제하고 국경을 다시 개방했지만 미국 등 서방과의 지정학적 갈등 지속, 반간첩법 시행 등에 따른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5만 2000명에 그쳤다. 여행사가 조직한 관광객이라는 제한적 기준이긴 해도 2019년 1분기에 방중한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모두 370만 명에 달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1.4%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풀고 국경을 열었지만 외국인 방문객들이 외면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이 아닌 중화권, 즉 홍콩과 마카오, 대만에서 왔다. 샤오첸후이 중국관광협회 스마트관광분회장은 앞서 지난 5월 연설에서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방문객 수가 모두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소비 수준이 높은 이들의 빈자리를 메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WSJ는 올해 상반기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두 도시조차도 방문객 감소세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중국행 항공편 부족이 관광수요 급감에 부분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이보다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반간첩법 개정안에 따라 외국 여행객들의 중국 관광은 더욱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6월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며 “중국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은 범죄 혐의에 대한 정보 없이 영사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 구금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비즈니스 출장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관련 투자 자문 로펌인 해리스 브릭큰의 파트너 댄 해리스는 “현재 기업들은 중국 출장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WSJ는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방과의 인적 교류가 단절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더욱 낯설게 여기고, 탈중국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입국 비자 완화라는 대책을 내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3일 사업·투자 등의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사업가들의 비자 발급 편의를 봐주고, 방문이 잦은 경우 최대 3년간 유효한 복수 비자로 발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