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비하'도 대신 사과…궂은 일 도맡은 '낀명 소방수'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는 지난 4월 28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과반 득표로 당선됐다. 비명계(비 이재명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소위 '친명 지도부' 소속이 된 그는 ‘낀명’으로 불려왔다.
이런 미묘한 처지 때문인지 박광온의 100일은 당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에 집중됐다. 지난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을 대리 사과한 일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거부하며 버티는 데다 이재명 대표까지 휴가로 자리를 비우자 자신이 선제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직접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을 만나 “이해해주면 고맙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2일엔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특정 세대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대신해 자세를 낮췄다. 결국 김 위원장도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올해 5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이 일었을 땐 윤리위원회 제소를 밀어붙였다. 취임 일주일이 안돼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도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면서도 같은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기 추도식에 참여해선 당 지도부로선 처음으로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와 관련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은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고,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며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의총을 정례화하면서 당내 소통기반을 확장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 취임 뒤 그가 소집한 의원총회는 총 12번이다. 열흘에 한 번꼴로 의원들을 한 데 불러 모은 셈이다. 카운터파트너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주례 회동, 수해 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경색됐던 여야 관계를 풀어내려고 했다.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수면 밑에선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사건 사고 수습에 100일을 흘려보내 아쉽지만, 박 원내대표의 관심 분야는 여전히 민생”이라고 전했다. 연일 쏟아지는 정쟁 이슈에도 폭염 노동현장 방문(1일), 오송참사합동분향소 조문(2일), 플랫폼 스타트업 간담회(3일) 등 을 소화하기도 했다.
다만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한 갈등, 혁신위원회 ‘불체포 특권 포기’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당내 이견이 고스란히 외부로 드러난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통상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통정리’를 완료한 상태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뤄지지만 올해 5월 “원칙이 없다”는 일부 의원의 반대로 상임위원장 인준이 한 차례 무산됐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 채택은 안건으로 올린 첫날 처리하려 원내지도부와 말을 맞췄는데, 일부 중진이 반대 토론을 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향후 박 원내대표앞에는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8월 위기설’이 흘러나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검찰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후속 수사,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 통과 여부가 3대 과제로 꼽힌다. 한 중진 의원은 “중재자의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메시지와 행보에 힘이 없는 편”이라며 “더 큰 위기가 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언론과 국민에게 그간의 소회를 전할 예정이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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