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이야말로 '공산당 기관지' 만들려던 방송 장악 기술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 |
ⓒ 강성원 제공 |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더해, 방통위는 최근 KBS 이사진을 해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언론노조와 시민 사회는 정권의 언론장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KBS 구성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3일 강성원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동관 지명? 미디어 전체 장악하려는 정권의 의지"
- 지금 언론계가 돌아가는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전체적으로 답답합니다. 방통위원장 후보자인 이동관씨는 과거에 언론 장악에 직접 나섰던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다시 지명해서 미디어 정책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건 미디어 산업 전체를 장악하려는 정권의 의지로밖에 볼 수 없는 거죠. 수신료 분리 징수 같은 것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공영방송은 완전히 해체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 TBS와 똑같이 하려고 하는 걸까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데요. TBS도 '편향성'을 바탕으로 공격 받았고, 사장이 물러났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례 통해서 TBS를 매각하려고 하는 수준까지 가버렸잖아요. KBS와 관련해서도, 수신료 분리 징수를 진행하게 되면 재원에 매우 많은 타격을 받게 됩니다. 아예 KBS의 힘을 빼버리고, 해체시키려는 의도로 본다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영방송의 기능을 못하게 하려고 한다고 보세요?
"이미 TBS가 저렇게 됐고, YTN도 공기업들이 갖고 있던 대주주 지분들을 다 시장에 매각하면서 민영화 수순으로 들어갔잖아요. KBS가 공영방송이기는 하지만 그 공영방송도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걸 통해 재원을 매우 축소시켜서 아예 쪼그라든 공영방송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2TV 민영화를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MBC도 경영진 교체부터 들어갈 테지만 그 다음은 민영화 수순으로 가서, 1공영 다민영 체제를 현 정권이 밀어붙일 겁니다."
- '1공영 다민영 체제가 세계 흐름'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공영성이라는 건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의 기능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들을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반법률적, 반상식적, 반헌법적으로 아예 해체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수신료 분리 징수는 왜 문제일까요?
"수신료 분리 징수가 수신료를 내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법적으로 수신료는 내도록 돼 있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통합징수라고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1994년에 판결했거든요. 그러니 의도적으로 분리 징수를 하겠다는 건 정부가 국민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임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만 제안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공영방송의 재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부분도 권고안으로 같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없고 오로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서만 폭력적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 대통령실은 국민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에요.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이 아시겠지만,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방통위가 입법예고 하는 과정 중 4700건의 입법 예고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사실상 (분리 징수) 반대 의견들이 대다수였어요. 이에 대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시행령 개정으로) 어려워지는 곳에서 의견을 많이 낸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KBS에서 헌법 소원을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탄원서 받은 숫자를 다 합치면 3만 건이 넘었습니다. 반대는 다 무시해도 되는 여론입니까? 그리고 여론 대 여론의 문제로 볼 사안도 아닙니다. 30년 동안 있었던 사회적 합의의 문제고 법적으로도 정당성을 이미 다 갖추고 있는 거죠. 행정부가 대통령 시행령 하나로 모든 걸 다 깨부수고 상식적이지도 않게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언론 장악, 훨씬 더 노골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것"
-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세요?
"당연히 그런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어야 하고, 성찰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한다? 그런 등가는 성립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이를 수정하고 개선시키는 작업을 먼저 선행해야죠.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리려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은 KBS가 편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국민들의 시각에 따라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편파성에 대한 부분도 저희가 성찰해야죠. 이런 것들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논의할 문제지, 어느 일방의 주장으로 영점을 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수신료를 분리 징수할 경우 가장 큰 우려가 뭘까요?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난 방송, 장애인들을 위한 방송, 재외 동포들을 위한 국제 방송 등이죠. 소위 말해서 돈은 안 되는 방송이지만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역할들입니다. 그런데 수신료가 분리 징수되고, 재원이 줄어들게 되면 '돈 안 되는 프로그램'들부터 정지하거나 돈을 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민 편익과 관련된 부분은 후퇴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송이 줄어드는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 최근 방통위에서 KBS 이사들을 해임하려고 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과거에 정권이 바뀌면 이런 수순들이었잖아요.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KBS 탈탈 털고, 거기서 나오는 무언가가 있으면 이사들부터 해임시키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사회 구조로 만드는 건 다 사장을 바꾸기 위한 거였습니다. 사장이 바뀌면 다시 KBS를 정권에 순응하는 조직으로 순치하려는 노력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의 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고대영 전 KBS 사장의 해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과거 정연주 사장도 그렇고 고대영 사장도 그렇고, 해임됐지만 다 소송을 통해 무효 판결을 받았지요. 그런데 저는 차이 있다고 봅니다. 정연주 사장 같은 경우 위로부터 찍어낸 해임이었고요. 고대영 사장 같은 경우 과거 보수 정권 시절 방송을 장악하고 정권에 부역했던 인사들은 나가라는, 내부 구성원들의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법적인 판단으로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고요.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늘 나가야 된다?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지배 구조라는 게 중요하고요.
▲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 오피스텔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
ⓒ 유성호 |
- 이동관 후보자가 1일 출근길에 '공산당 기관지'라는 표현을 쓰며 언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로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이동관씨라고 생각하고요. 과거에 홍보수석 시절 국정원이 보고했던 보고서들이 다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언론사 내부 인사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인사에 개입하려고 하고, 언론사 보도를 조절하려고 하고 했던 거죠. 그런 것들이야말로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로 만들려고 했던 시도죠. 이동관씨 자체가 공산당 기관지로 언론을 만들려고 했던 방송 장악 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 이후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분명한 건, 언론 장악 시도와 탄압은 훨씬 더 노골적이고 더 빠르게 들어올 겁니다. 저희 언론노조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모든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서 앞으로 잘 싸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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