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의료인들 오는 10월 전주에서 ‘회복’ 외친다
의술로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기 위해 기독 의료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10월 7~9일 전북 전주 예수병원(원장 신충식)과 전주온누리교회(담임 박희정 목사)에서 제18차 의료선교대회가 열린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회장 김명진)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1989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한국 의료선교계 최대 행사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번갈아 여는 전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전북 전주를 개최지로 결정했다. 지난 17차 대회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형식으로 열린 까닭에 얼굴을 마주하고 모이는 건 4년 만이다. 올해 대회 주제는 ‘회복의 하나님’으로 정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막혔던 선교의 문이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대회 준비에 한창인 김명진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회장을 4일 서울 광진구 크리스탈치과의원(원장 김명진)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대회를 향한 기대감과 함께 기독 보건의료인들의 영적 부흥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김 회장은 “선교대회의 가장 큰 목적은 기독 보건의료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라며 “이번 대회는 코로나 이후의 달라진 환경에서 한국의 의료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보를 공유하고 전략을 세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신자들을 발굴하는 것도 대회의 중요한 목적이다. 매 회차마다 대회가 끝나면 헌신자들을 체계적으로 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만큼 열매가 많았다. 1991년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인천 전주 등 7개 도시에 의료선교교육훈련원이 개설됐다. 김 회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협회 소속 선교사는 700가정이 넘는다”며 “이들 가운데 훈련원을 통해서 파송된 인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예배와 주제 강의뿐 아니라 직능별 모임, 패널 토의 등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마련된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한 18개 선택 강의와 82개 단체가 참여하는 선교박람회는 이번 대회의 백미다.
김 회장은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보건 종사자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의료진이라는 말은 의사뿐 아니라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병원 행정 등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을 포괄한다”며 “의료진이라면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분들도 누구나 대회에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는 지난 1969년 기독 의료인 기독 실업인 교역자 등 33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갖고 보건복지부(당시 보사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초대 회장인 이명수 박사가 창립을 이끌었다. 병원 선교회 기독의사회 간호사회 치과의료선교회 기독약사회 등 직능별 단체를 비롯해 한국누가회 CCC아가페 등의 학생단체 웰인터네셔널 GAMA 등 선교단체 개교회 의료선교회 의료NGO 등 82개 단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탁월한 선교 도구로서의 의료 기술을 조명했다. 그는 “의료라는 이름이 붙으면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도 환영을 받는다”며 “현지의 공직자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지도자들과도 함께 사역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1977년 방글라데시에 1차 의료선교봉사단을 파송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선교를 시작했다. 1881년에는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의료선교학교를 개설했다. 이곳에서 이뤄진 의료선교학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기능은 7개 의료선교훈련원이 수행하고 있다. 1988년에는 독일 EZE(개신교해외개발원조처)의 지원을 받아 의료선교의원을 열었다. 당시 서대문에 있던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안에 설치됐다. 열악했던 상황 속에서 의료와 선교를 수행했다. 김 회장은 “의료선교의원은 사라졌지만 풍성해진 국내 의료선교인들이 그 정신을 이어 받아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올해 의료선교대회에 앞서 10월 4~6일에는 100여명의 의료선교사들이 참가하는 의료선교사대회가 진행된다. 2017년 15차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행사다. 각지의 선교사들이 현장의 정보와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다. 100여명의 선교사들은 이후 선교대회 조장으로 참여한다. 김 회장은 “젊은세대로 갈수록 잘 먹고 잘 사는 것, 돈 많이 버는 것이 최고인 시대가 되는 것 같다”며 “의료선교사들이 롤모델이 되어 후배 보건의료인들에게 복음과 선교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전주 예수병원을 이룬 의료 선교사들
제18차 의료선교대회는 국내 최초 민간 의료 선교병원이자 호남 최초의 근대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원장 신충식)에서 열린다. 한국 의료 선교사들에게 예수병원은 단순한 병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신들보다 앞서 의료를 통해 복음을 전한 선배 선교사들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주 예수병원을 이루기까지 결정적인 기여를 한 3인의 의료 선교사가 있었다.
예수병원은 1898년 미국 북부 캐롤라이나주의 히커리에서 온 의료 선교사 마티 잉골드(Dr.Mattie B. Ingold)에 의해 시작됐다. 미국 볼티모어 여자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잉골드 선교사는 당시 동학 혁명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조선의 호남 땅으로 향한다.
그는 1897년 7월 18일 남부 캐롤라이나주 록힐 제일장로교회 파송 예배에서 “나의 전주행은 하나님의 뜻에 의한 것”이라며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옳고 선한 것임을 믿기에 두렵지 않다”고 각오를 전했다고 한다. 4개월의 항해 끝에 전주에 도착한 그는 성문 밖에 작은 집을 구입했고 그곳에서 어린이와 여자들을 위한 진료를 시작한다.
예수병원의 2대 원장 윌리엄 포사이드(한국명 보위렴)는 1904년 9월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진료를 시작한다. 환자를 대하는 자비심과 극진한 태도에 많은 사람이 감명받았다. 그가 1905년에 마티 잉골드와 함께 진료한 환자 수가 6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포사이드 선교사는 목포로 의료사역을 다녀오던 중 광주 근처에서 한센병 여인을 만난다. 타고 있던 말에 여인을 태우고 치료한다. 이 일은 1911년 한국 한센환자 치료의 효시가 된 여수 애양원(한센병 치료 병원)을 설립의 계기가 된다. 현재 병원 내 응급의료센터에는 포사이드 선교사의 이름이 붙었다. 환자 사랑과 헌신을 기리는 의미다.
1954년 12대 원장으로 임명받은 데이비드 씰(한국명 설대위) 선교사는 예수병원을 호남 제일의 현대식병원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예수병원 응급실에 갈 때는 돈을 가지고 가지 마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돈 없고 어려운 처지에 있던 환자들을 치료비에 상관없이 보살폈다고 한다. 인근 농촌지역의 가난한 농민들을 위한 농촌 보건과 사회복지사업을 펼치는 등 따스한 인술을 베풀었다. 한국의 암 1964년 한국 최초로 암 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했고 종양 진찰실을 개설하는 등 국내 암 치료와 소아마비 퇴치사업 분야에도 업적을 남겼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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