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미니멀리즘, 당장 오늘부터 가능합니다
[정혜윤 기자]
날이 덥다. 더운 와중에도 '점심은 뭘 먹지?', '저녁은 뭘 해먹지?' 고민한다. 덥고 피곤해도 배는 어김없이 고파오고 귀찮아서 한 두 끼 정도 그냥 지나가려 하면 배꼽시계는 민망할 정도로 울려댄다.
▲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
ⓒ 출판사 엘리 |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독립과 함께 찾아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그러다 이 책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게 되었다.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가 하고있는 '음식 미니멀리즘' 생활에 대한 이 책을 읽고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많이 얻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이러하다.
저자의 음식 미니멀리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냉장고 없이 생활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작은 집에서 간소한 도구만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데 이전에는 온갖 요리책을 섭렵하며 다양한 요리를 해먹었다고 한다.
저자의 밥상은 현미밥, 된장국, 채소절임, 생선이나 고기구이 정도이다. 그나마도 밥은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짓고, 된장국은 직접 말린 채소에 된장을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먹는 식이다. 저게 맛이 있을까 싶고 저렇게만 먹어도 될까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나도 집에서 끓인 된장국이랑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그 맛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맛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배고플 때 대충 휘리릭 끓여낸 된장국에 밥 말아먹을 때의 맛, 그런 맛이 아닐까. 저자는 채소를 사면 햇빛에 말린다. 이를 "햇빛이 반쯤 요리해준다"고 표현하는데 햇빛에 채소가 마르는 과정에서 더 맛있어진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말린 식재료"는 말린 생선, 무말랭이나 말린호박, 시래기, 말린표고버섯 정도가 전부인데 저자는 거의 모든 채소를 이렇게 말려서 사용하면 더 맛있다고 한다.
채소절임은 일본의 전통적인 방식인 쌀겨된장에 무나 당근 등의 여러가지 채소를 넣어두었다가 꺼내어 먹는 방식이었다. 쌀겨된장에 넣어두었다가 꺼내기만 하면 된다니, 엄청 간편한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먹거나 무쳐 먹는 오이지나 짠무같은 우리나라 절임 반찬들이 떠올랐다.
저자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요리를 귀찮아하는 사람이다. 퇴근하고 와서 요리를 하는 것이 너무 귀찮고 힘들 때가 많다. 내가 먹기 위해서라고 해도 휴식 시간에 요리를 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자립한다는 것. 자신의 발로 선다는 것.
그것은 힘들지만, 누구나 동경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내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자유고, 그것이야말로 멋있는 일이다.
자립이란 결국 내 힘으로 먹고사는 일이다.
그리고 그 힘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다.
그 힘을 내버려서는 안 된다."
요즘같은 시대에 단순하고 소박한 밥상을 스스로 차려 먹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는 저자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 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가도 우리가 매일 하는 고민이 '무얼 먹을까?'란 걸 떠올리면 저자의 이 이야기들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일을 그만두거나 몸이 아파와도, 나이가 들어도, 적은 돈으로 간단히 장을 보고 10분 만에 뚝딱 밥을 해서 먹으면 그 날을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 요리하기가 버겁고, 배달 음식에 질렸다면,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에 지쳤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마음가는대로 해먹는 자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번 주말에는 따끈한 된장국에 현미밥 지어 먹으며 내 자유를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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