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옷 색깔, 빨강이 유독 많은 이유? [이인식의 <당신의 눈, 안(眼)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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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이다.
나무에는 초록잎이 무성하고 매미가 연신 울어댄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지만, 필자는 유독 싱그러운 초록색이 먼저 떠오른다.
한층 울창해진 나무들과 풀들이 이루는 여름의 산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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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이다. 나무에는 초록잎이 무성하고 매미가 연신 울어댄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지만, 필자는 유독 싱그러운 초록색이 먼저 떠오른다. 초록이 가득한 곳 하면 산이 빠질 수가 없다. 한층 울창해진 나무들과 풀들이 이루는 여름의 산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로엔 연신 빨간색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이 주를 이룬다. 초록색 산과 대비되는 강렬한 등산복들,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오늘은 등산복에 원색이 많은 이유를 우리 눈과 접목시켜 풀어보려 한다.
등산복에는 왜 빨간색, 파란색 등 진한 색의 원색 계열이 많을까? 한 번쯤은 품어볼 수 있는 의문이다. 슬픈 얘기지만 그 속에는 눈의 노화가 있다. 눈 속의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원인에 의해 점차 뿌옇게 변하는데 이를 백내장이라고 한다. 파란 계열의 빛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뚫고 지나가지 못하고 상당 부분 흡수된다. 반면, 긴 파장인 붉은 계열의 빛은 상대적으로 수정체를 잘 통과해 망막에서 상을 맺고 보다 선명하게 색을 받아들인다. 빨간색을 조금 더 강렬하게 받아들이게 된 중장년층은 이 계열의 색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태를 고려해 등산복에는 빨간색이 빠질 수 없게 된 것이다.
프랑스 유명 화가인 모네의 그림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모네의 수련은 연작 시리즈로 똑같은 풍경을 50대 후반과 70대 후반에 그려냈다. 이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50대 후반에 그린 그림은 비교적 푸른 색깔로 섬세하게 그려진 반면, 70대 후반의 그림은 피사체가 뭉개져 있고 거칠며 색 자체도 붉게 그려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백내장이 그의 화풍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처럼 백내장은 우리 눈이 인지하는 색상까지 변화시킨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 전에는 가스 불에 푸른색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수술 후 불의 푸른색을 선명하게 인지하고 놀라는 분들도 있다. 이 외에도 백내장이 진행되면 평소에 잘 보이던 안경이 잘 안 맞거나 야간에 시력이 갑자기 좋아져 밤 운전이 갑자기 쉬워지는 등 여러 변화가 발생한다. 혹시 최근 들어서 빨간색을 선호하게 되거나 위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안검진과 백내장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더운 여름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당한 야외 활동으로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본다.
/기고자: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이인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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