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독립을 판소리로 염원한 명창 이화중선
[이완우 기자]
▲ 아리 아리 아라리요 (김양오 글. 김영혜 그림) |
ⓒ 이완우 |
청소년 창작동화인 <아리 아리 아라리요>(김양오 글, 김영혜 그림, 빈빈책방)는 대한의 독립을 노래한 소리꾼 이화중선의 발자취를 따르는 소설이다. 충실한 답사와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와 삽화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초반부터 태평양전쟁 시기까지 나라 잃은 우리나라 백성들의 참담한 현실에서 소리꾼으로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 하는 숙명을 묘사하였다. 그녀는 판소리 공연으로 이 땅의 백성들과 함께 울고 웃었으며, 독립의 의지를 실천하며 꿈과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화중선(李花仲仙, 1899~1944)은 판소리 국악인으로 뛰어난 명창이었다. 그녀의 판소리는 음향기기인 유성기(축음기)의 등장으로 빛을 본 최초의 스타였다. 유성기 음반이 유일한 음향 매체이던 이 시기에 음반이 가장 많이 팔렸던 명창이었다.
이화중선은 1899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 부산에서 살다가 13살 무렵부터 남원에서 판소리를 배운다. 그녀의 초년기 삶은 기구했으나 판소리를 배우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 군산항 부두 뜬다리. 일제 강점기 쌀 수탈 현장. |
ⓒ 김양오 |
<아리 아리 아라리요> 작품의 시대적 상황
1920년대 식민지 시대에 우리 민족은 일제의 경제 수탈정책에 맞서 '우리 살림 우리 손으로'와 '조선 사람 조선 광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물산장려운동을 전개했었다. 이 조선물산장려회가 주최한 1923년 전국 판소리 명창 대회에서 광목 치마저고리를 입은 키 작은 이화중선이 판소리 명창으로 알려진다(이 책에 판소리 음악 재생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이 시대 경성은 전차가 다니는 길에 조선인들이 인력거를 끌거나 지게에 짐을 지고 걷고 있었다. 라디오와 유성기가 신문물로 보급되었고, 일본풍 유행가와 신민요가 주류를 이뤘다.
▲ 군함도. 일제 침략적 군국주의 상징. |
ⓒ 김양오 |
이화중선은 일본에서도 공연했다. 그가 공연하는 일본 나가사키 극장은 조선인 노무자들로 가득 찼다. 유행가와 신민요가 흥을 돋웠고, 대동가극단은 창극 흥부전을 공연하니 웃음, 눈물과 박수가 끝이 없었다.
당시 일제는 침략 전쟁을 도발하여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고 한반도는 전쟁의 광풍에 휩쓸렸다. 일제는 내선일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국민정신 총동원령을 내리고 수많은 조선인을 강제 징병과 징용으로 잡아갔다.
▲ 화중선이 사망한 나가사키 오무라만 현장. 김양오, 김영혜 작가가 남원에서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제사를 지냄. |
ⓒ 김양오 |
당당한 기백으로 판소리를 노래한 명창 이화중선
소설은 작품은 역순행적 구성을 취한다. 역사적 사실과 시대 상황을 씨줄로 하고 이화중선의 판소리 창을 날줄로 하여 잘 구성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백성들의 힘겨운 삶의 현실과 태평양전쟁의 광풍 현장에서 이화중선은 소리로서 위로하며 대한 독립을 염원하고자 했다.
이화중선은 굶주림에 지친 동포를 찾아가고, 배워야 조국의 미래가 있다며 야학을 도왔다. 또 수해의 현장을 찾아 수재민을 위한 공연을 하였다. 일본의 군수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는 우리 백성을 찾아갔다. 이화중선은 대동가극단과 함께한 공연에서 얻은 수익금을 힘들고 지친 우리 동포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
청소년을 위한 창작동화로서는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이 땅에 혜성처럼 나타나 대한 독립의 염원을 판소리로 부르다가 불꽃처럼 사라졌지만, 그녀가 부른 판소리의 주제는 영원한 희망의 메시지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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