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잼버리” 강조했지만…발등에 불 떨어진 당정

김다영, 김하나 2023. 8. 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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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오후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릴 전북 부안군 새만금 부지를 찾아 준비 상황과 안전 대책 등을 점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역사상 가장 안전한 잼버리 대회가 될 것입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북 부안군 행사 현장을 사전 방문해 한 말이다. 잼버리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장관은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뒤 수해·산사태 현장에 이어 잼버리 현장을 찾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달 27일 새만금개발청에서 국민의힘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잼버리 현장을 찾아 “세계 잼버리 대회가 전북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월 현장을 방문해 “대한민국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행사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이렇듯 당정의 고위 인사가 잼버리 현장을 미리 찾아 안전을 챙기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새만금 잼버리는 안전에 큰 허점을 노출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열악한 시설과 부실한 음식으로 인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면서 참가국 정부가 나서 항의하는 등 전 세계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선 “생존 게임”이란 조롱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당정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하고,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재가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유례없는 폭염이지만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폭염으로부터 안전하게 잼버리 활동을 마칠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잼버리 안전 대책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 공급 용량을 증설하고 쿨링 텐트·버스를 신규 공급하겠다”며 “참가자들이 양질의 식사를 충분히 제공받고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실을 쓸 수 있도록 인력과 물자를 대폭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월 27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 점검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잼버리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자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의 책임 공방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지난 2일 잼버리 개영식과 관련해 “소방당국의 행사 중단 요청에도 행사가 더 계속 진행된 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행사 계속 진행에)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벌써부터 일각에서 새만금 잼버리를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양평고속도로가 정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듯이 새만금 잼버리 역시 정쟁거리로 변질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선 “2016년 민주당 소속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의 숙원 사업으로 잼버리 유치가 시작돼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가 결정됐고, 실제 대부분의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윤석열 정부 책임론’에 반박하고 있다.

책임 공방 분위기로 흐르자 국민의힘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느 정부에서 유치하였다느니 어느 정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느니 하는 한가한 책임 전가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BTS를 비롯한 K-컬쳐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왔을 세계 각국 4만여 청소년들이 한국에 큰 실망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라고 적었다. 허은아 의원도 “서로 손가락질 할 때가 아니다”며 “정부 부처와 지방 행정에 대한 신뢰가 초토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서 폭염과 열대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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