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한여름 '잼버리 10조' 꿈…日도 8년 전 겨우 40억 수익
전 세계 청소년 야영 축제인 제25회 세계 잼버리 대회를 전북 새만금에 유치할 당시 1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거란 기대가 나오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생존 게임’이라는 오명만 남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임시국무회의를 긴급 소집해 잼버리 지원을 위한 예비비 60여억원을 의결했다.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자 냉장ㆍ냉동 탑차와 의료물자 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미 참가비와 옥외 광고수입 402억원을 제외하면 전라북도 398억원, 정부 282억원 등 68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잼버리 대회 개최가 가져올 경제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연구원은 지난 2018년 잼버리 개최로 인한 경제효과가 직ㆍ간접적인 생산유발 효과와 부가가치를 포함해 국가적으로 9조8016억원, 전북에만 5조5318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새만금 부지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구축, 행사 운영 효과, 국가브랜드 제고, 캠핑ㆍ관광산업 발전 등으로 인한 효과를 모두 포함한 규모다. 역대 세계 잼버리 중 참가 인원도 4만30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부실한 운영과 안일한 상황 대처로 구설에 오르면서 이미 기대가 한풀 꺾였다. 2015년 여름 일본 야마구치 현에서 열린 23회 잼버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참가자 3만4000여명을 포함해 관광객까지 10만명 이상이 다녀갔지만, 판매 수익은 약 4억엔, 한화 약 4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개최지 부근 특산물 판매장과 일부 생필품 공급 업체만 특수를 누리면서 경제 효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일본도 낮 기온이 35~40도에 육박하고, 습도는 80%까지 치솟으면서 열사병과 탈수, 피부 화상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남은 기간 참가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금은 잼버리를 안전하게 잘 치러내는 것 자체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며 “‘이태원 참사’로 외국 청년들에게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커졌는데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제적인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회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익근 계명대 관광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잼버리가 12일까지인데 다음 주에도 33도 이상의 고온이 계속되면서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전적 손해가 있더라도 국가 위신이나 참가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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