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살리려고 허베이성 물바다로? 中 뒤집은 침수 의혹
베이징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주변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비판 여론에 중국이 들썩이고 있다. 140년 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河北省) 일부 도시가 여전히 침수된 가운데 베이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허베이성 일대 저수지를 방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3일 제기됐다.
앞서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에 지난달 말부터 나흘에 걸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중국 중앙기상국에 따르면 태풍 ‘독수리’는 지난달 29일부터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에 70여 시간 동안 장대비를 쏟아냈다. 허베이성 싱타이시의 누적 강우량은 1003㎜를 기록해 2년 치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
베이징 기상국은 140년 이래 최대 강우량이라고 밝혔다. 두 지역에서 사망ㆍ실종자 수가 40명을 넘었고 120만 명 이상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지역이 허베이성 바오딩시(保定市) 등 3~4곳이다. 인구 63만 명의 줘저우시(涿州市)의 경우 146개 마을이 침수되고 구조대가 진입하지 못해 20만 명 넘는 주민이 고립됐다.
현재 도로 신호등 아래까지 차올랐던 물은 수위가 내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 물에 잠겨 있는 상태다. 당국은 물이 완전히 빠지려면 8일 이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피해를 놓고 당국이 베이징을 보호하기 위해 물길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니웨펑(倪岳峰) 허베이성 당서기는 지난 1일 줘저우시의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베이징의 홍수 압박을 경감하기 위해 (허베이성에서) 물을 제어하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며 “이는 수도를 위한 해자(垓字) 역할을 결연히 잘 수행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해자는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성(城) 주위에 파 놓은 물길이다. 줘저우시로 저류지의 물을 방류해 일대를 빗물이 모이는 거대한 빗물 저장 시설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어 다음날(2일) 수위를 파악하기 위해 원격 감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농업 대학의 한 연구팀은 허베이성의 7개 저류 시설이 베이징과 톈진시의 홍수 통제를 돕기 위해 이용됐다고 공개했다. 이중 2개의 저류장은 침수 피해가 가장 컸던 줘저우시와 인접해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공무원이 승진만 원하고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너나 해자가 돼라. 우리를 끌어들이지 마라”는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현재는 검열을 통해 관련 단어 검색이 중단된 상태다.
홍콩 명보는 허베이성뿐 아니라 톈진시(天津市)도 베이징의 홍수 압박 경감에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톈진시 징하이구(靜海區) 홍수통제본부는 주민들에게 저류지 물을 방류할 예정이라고 통보하고 지난 2일 23개 마을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의 이주시켰다.
홍수통제본부 측은 “우리는 자신을 희생하고 국가와 베이징, 톈진, 허베이 인민을 위해 공헌했으며 역사는 우리의 업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혀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청샤오타오(程曉陶) 중국 수리과학연구원 부원장은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저수 구역 개방은 하천 전체를 따라 홍수 조절 압력을 완화하고 홍수 물을 제방 밖 지역으로 우회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베이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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