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신교회 출석자 중 최대 59만명 이단 믿는다
이단 신도 71% “교주 죽어도 종파 떠나지 않겠다”
국내 전체 개신교 교회 출석자 중 8.2%가 이단으로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대 59만명에 이르는 수치다.
바이블백신센터(원장 양형주 목사)와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4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아가페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교회 이단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개신교 교회 출석자 545만명 중 약 45만명이 이단 신도로 추정됐다. 표본오차율을 고려하면 약 31만명에서 59만명이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분류된 신도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이단 신도들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컸다. 지용근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 이단 신자의 86.2%는 소속 종파의 교리와 지도자를 의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5명 중 1명인 21.4%는 ‘현 종파 지도자가 죽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 대표는 “언론의 이단 보도에 대해서도 44.4%가 ‘우리 종파와 상관없는 일’로, 43.4%가 ‘왜곡‧과장된 보도’ 등 자신과 관련 없는 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언론의 이단 비판 기사가 이들에게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단 비판 보도에 신앙심이 흔들리는 사람들의 비율은 10~15%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개신교인의 13.3%는 가족이나 지인 중 ‘이단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68.2%가 ‘이단 모임을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개신교인 전체로 환산하면 전체의 8.4%가 이단 모임을 권유받은 셈이다.
지 대표에 이어 이날 발표의 의의를 설명한 양형주 목사는 “일반적인 개신교회 가운데 과거 이단에 속했다가 돌아온 이들은 불과 3%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이들을 다시 품는데 적극적이지 않고, 또 이들이 돌아와 정착하는 데 있어 그다지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 이단 신도들이 종파 활동을 시작한 나이는 평균 21.8세로 청년 시기에 종파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단이 청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에서 고3,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단에 대한 예방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며 “20대 초반에 이단에 넘어가면 소중한 젊음을 빼앗기게 된다. 교회는 청년들에게 친밀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제공해야 하고, 이런 공동체로 불신자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신도들이 이단 집단에서 처음 활동하게 된 계기로는 ‘가족의 권유’(38.2%)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양 목사는 “이단 종파에 넘어가는 이들 가운데 비신자의 비율이 40.8%로 상당히 높다”며 “이는 이단이 기존 신자뿐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전도의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되었음을 보여준다. 개신교회의 전도 전략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개신교인 중 이단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이가 절반도 안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 대표는 “조사 대상자 중 개신교인의 47.7%만이 ‘이단 교리를 분별하고 반박할 자신이 있다’고 답했고, 47.6%만이 ‘이단의 교리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며 “이단 교리와 그 허점에 대한 교인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양 목사도 “개신교인 상당수가 이단의 교리를 알고 있거나 분별할 역량이 없다는 점은 문제다”라며 “이런 상태로는 이단 모임에 참여한 상당수가 미혹돼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회가 여전히 이단에 대해 취약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한국교회 목회자의 절반에 가까운 47.2%는 ‘이단에 빠진 교인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 됐다. 목회자들은 이단 확산 이유로 ‘교회가 사람들의 종교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함’(29.8%)과 ‘교리 교육의 부재’(25.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양 목사는 이에 “한국교회 목회자의 절반 정도는 이단에 빠진 교인을 상담을 통해 돌이킬 역량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신학교, 교단, 개교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는 “이번 조사는 한국교회 내에서 이단이 쟁점이 된 지는 오래이나 그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며 “국내 최초로 일반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이단 비율을 측정하고, 실제 이단 신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신앙 의식, 교회 생활 등 전반적인 이단 실태를 조사해 한국교회가 이단 유입 및 이단으로의 유출을 막고 건강한 한국교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의뢰로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가 진행했으며, 바이블백신센터가 협력했다. 지난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이단에 속하지 않은 개신교인 1858명, 현재 이단에 속해 있는 신자 304명 그리고 한국교회 담임목사 500명을 대상으로 입체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율은 95% 신뢰수준에 ±2.5%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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