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존폐 기로 野혁신위 …"총선 나가나" 김은경에 물었더니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당내 초선 의원으로부터 본인과 외부 혁신위원들의 총선 불출마 의사를 확인하려는 질문을 받은 뒤, 직답을 피한 채 “여기에 정치할 사람은 없다”라고 대답했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당내 초선 의원들과의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한 의원으로부터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이 다음 총선에 출마할 의사가 없는 게 맞나. 많은 분이 궁금해한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날 간담회엔 강민정·고영인·김민철·김영배·윤영덕·윤준병·이수진(비례대표)·이탄희(가나다 순) 등 초선 의원 8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위 질문에 바로 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여기(혁신위)에 정치할 사람은 없다”며 “혁신위원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한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A의원은 “불출마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기다, 아니다’의 언급은 없었고,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B의원은 “면전에서 불출마 여부를 묻는 데 대해 불쾌한 감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날 초선 간담회에 대해 “사실은 기억에 썩 남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코로나19를 겪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설명하면서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 그래서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선이나 다선들과의 현격한 차이가 있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때 조금 덜 정리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혁신위가 출범한 직후부터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부터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기본이고 핵심”(수도권 3선 의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5년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희생 없이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예로 들면서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혁신위원들의 불출마 의지가 확인돼야 당 구성원들이 혁신위발 공천 개혁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거란 논리다.
지난달 12일 혁신위 기자회견에서도 총선 불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가 여러 차례 나왔다. 질문 때마다 김 위원장은 “교수로 살다가 이 일을 제안받았을 땐 그런 점에 대한 생각 없이 들어왔다”거나 “혁신위 활동에만 전념하겠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사심(私心)이 전혀 없다”는 등 불출마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피해갔다. 이후로도 공개석상에서 불출마 여부를 밝힌 적은 없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중앙일보에 “혁신위원들끼리 얘기할 때 김 위원장이 ‘출마할 생각이 없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분명하게 여러 번 말씀하셨다”라며 “다만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출마를)못 박는 건 누구도 적절치 않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최근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설화까지 터지면서 혁신위를 바라보는 당내 시각은 차갑게 식었다.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애정을 갖고 응원했는데 이제는 관심을 끄기로 했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충청권 의원은 “혁신위가 혁신을 안 하고 정치를 한 게 문제다. 스스로 명분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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