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속도낸다

전민구 2023. 8. 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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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백화점에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6시쯤 2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인도로 돌진 후 차량에서 내려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14명의 시민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A씨는 긴급체포됐다. 뉴스1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에 착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일 페이스북에 전날 발생한 서현역 사건을 언급하며 “신림역 살인 사건 직후 국민의힘은 비공개 당정회의를 갖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며 “날로 흉악해지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도 논의했다”고 적었다. 같은 날 법무부도 언론 공지를 통해 “법무부는 흉악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은 경찰청과 예정에 없던 ‘묻지마 범죄’ 관련 대책회의도 진행했다. 회의 뒤 국회 행전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법무부와 함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논의하겠다”며 “전문가 의견이나 관련 부처 의견을 나눈 이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문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2개의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국회에서의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가운데)이 4일 국회에서 '묻지마 범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수형자의 생이 다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교도소에 가두는 형벌로 사형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형벌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 사회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크긴 하지만 범죄자 인권 보호와 오판의 가능성, 국제 사회의 압박과 그로 인한 경제 보복 우려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사형 집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 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때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매년 300~400건 보복 범죄가 발생하고, 무기징역수 중 가석방 수가 매년 20~30명씩 나온다. 왜 피해자가 두려워해야 하냐”며 사형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형제는 여러 가지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냈다. 그러나 사형제의 대안으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복잡한 문제지만 단순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취지에 공감한다”며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에는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사형제 폐지와 연동될지는 미지수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과 관련된 논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사형제를 존치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입장문을 낸 법무부도 “미국 등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하여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해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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