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 뵈러 왔어요" 개학일 맞춰 학교 덮친 20대 흉기범

신진호 2023. 8.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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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3분쯤 대전시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던 20대 용의자가 검거됐다.

4일 오전 40대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의 고등학교에서 출동한 경찰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은 사건 발생 2시간17분 만인 이날 낮 12시20분쯤 대전시 중구 태평동 인도에서 용의자 A씨(28)를 붙잡았다. A씨가 검거된 곳은 사건 현장에서 7~8㎞쯤 떨어진 곳이다. 용의자 집 근처다.


흉기 준비한 뒤 학교로…정문 통과


경찰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9시쯤 학교에 들어선 뒤 자신이 졸업생이며 은사인 교사 B씨(49)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가려면 정문에서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고 방문 목적과 연락처 등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전 40대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후 A씨는 자신이 만나려고 한 B씨가 수업 중인 것을 알고, 2층 교무실 앞에서 1시간가량 기다렸다. A씨는 수업을 마친 B씨가 교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준비한 흉기로 얼굴과 가슴부위 등을 여러 차례 찔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이름’을 부르는 등 신원을 확인하려 했다고 한다.

흉기에 찔린 B씨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2층 교무실에서 1층 행정실까지 도망쳤다고 한다. 당시 교무실과 행정실에는 교사와 직원 등 9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이들은 범행을 목격한 뒤 112와 119에 “모르는 남성이 선생님을 찌르고 도주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개학일에 맞춰 미리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도에 수상한 남성…마스크에 '혈흔'


A씨는 범행 후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갈 때 갈아 신었던 실내화를 신은 채였다. 범행도구가 담긴 가방도 멨다. A씨는 학교에 갈 때도 자신의 집 근처에서 택시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오전 40대 교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의 고등학교 정문에 외부인이 방문할 때 안내사항이 붙어 있다. 신진호 기자


피의자, 검거 직후 "나는 사이코패스" 주장


경찰은 사건 발생지역과 인근 도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 A씨 뒤를 쫓았다. 대전경찰청은 관할인 대덕경찰서를 비롯해 강력범죄수사대 형사 등 200여 명을 동원했다. 결국 A씨는 중구 태평동 인도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수상한 남성이 걸어오는 데 마스크에 피가 묻어 있어서 곧바로 검거했다”며 “검거 과정에서 특별한 저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검거 직후 경찰에 “(나는) 사이코패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살인미수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B씨는 10년 전 A씨가 고등학생 때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대덕서 배인호 형사과장이 4일 오후 고등학교 교사 피습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사건 발생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범인이 오늘 학교 개학을 미리 알고 범행을 준비한 것 같은데 섬뜩하다”며 “벌건 대낮에 흉기를 소지한 범인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학교에 들어갔다면 반드시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에서 만난 졸업생은 “사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나와봤다. 후배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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