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도 못할만큼 위중"…서현역 갔다 다친 아내, 남편 절규했다
“아내와 외식을 하려고 같이 걷던 중이었는데, 왜 하필 아내만 치었는지… 너무 미안해요.”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쇼핑몰에서 돌진하는 차량에 치어 부상을 입은 이모(64)씨의 남편 A씨는 사건 당시를 떠올리며 울부짖었다. 이씨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있지만, 수술도 어려울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차량 돌진과 이어진 흉기 난동으로 부상을 입은 피해자 가족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피해자 3명이 이송된 분당제생병원 앞에선 굳은 표정을 한 가족들이 내내 응급실 주변을 서성였고, 상태가 위중한 이씨를 포함해 2명의 피해자가 치료를 받은 분당차병원 역시 이씨의 가족과 지인 10여명이 밤을 새 충혈된 눈으로 중환자실 앞을 지켰다. 4일 오전 10시 반쯤 중환자실에서 나온 의사가 “수술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씨 상태를 알리자, 초조한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보던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씨의 남편 A씨는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하러 서현역의 AK플라자 근처를 걷던 중에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A씨는 “큰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차에 아내가 치였다”고 말했다. A씨를 들이 받은 차는 이후에도 쇼핑몰쪽으로 돌진하며 다른 행인 4명을 더 들이받았다. A씨는 “정신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에 구급차가 왔다. 매일같이 가던 곳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얼마 뒤인 이날 새벽, 피해자들이 입원한 다른 병원들 역시 초조하게 치료 경과를 지켜보는 가족들로 어수선했다. 등에 상처를 입어 분당제생병원으로 이송된 김모(65)씨의 아내 B씨는 새벽 1시쯤 초조한 듯한 걸음으로 응급실 앞을 하염없이 오갔다. 서현역 인근에서 일하는 김씨는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5시 반쯤, 평소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러 쇼핑몰에 들렀다 봉변을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급소를 비켜난 곳에 부상을 입어 의식이 있는 채로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아내 B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B씨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기 어려웠다. 그는 “응급실에서 남편을 봤을 때 피가 너무 많이 묻어 있어서 엄청 놀랐다”며 “방금 봉합수술에 들어갔는데 수술 후에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상태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다른 피해자들을 걱정하던 B씨는 “이유도 없이 찔러버리니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무서워서 살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5시 59분부터 서현역에서 차량이 쇼핑몰 쪽으로 돌진한 뒤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른다는 신고가 90여 건 접수됐다. 범행을 벌이고 도망치던 최씨는 6시 5분쯤 인근 서현지구대 앞에서 경찰에 제압돼 체포됐지만, 이미 부상자 14명이 발생했다. 특히 차에 치인 이씨와 김모(20)씨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경찰은 최씨와 주변인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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