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월드컵의 벽... '젊은 피' 발견한 한국 여자축구

윤현 2023. 8. 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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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축구가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3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과 1-1로 비겼다.

한국 여자축구는 2010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2015년 캐나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황금세대'를 내세워 지난 10년 넘게 세계 무대에 도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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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 페어·천가람 활약은 값진 소득

[윤현 기자]

 2023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 KFA
 
한국 여자축구가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3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과 1-1로 비겼다. 

FIFA 랭킹 17위 한국은 2위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팽팽한 대결을 펼친 끝에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그러나 1차전 콜롬비아에 0-2 패배, 2차전 모로코에 0-1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H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실낱같은 희망이었던 16잔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기력했던 1, 2차전과 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독일의 발목은 잡은 것은 의미있는 수확이었다. 

어느덧 30대 중반... 저물어 가는 '황금세대' 

한국 여자축구는 2010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2015년 캐나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황금세대'를 내세워 지난 10년 넘게 세계 무대에 도전해왔다. 

지소연(32), 조소현(35), 임선주(33), 김혜리(33), 김정미(39) 등 핵심 선수들은 한국의 열악한 여자축구 환경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왔다. 또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며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결과적으로 세대교체를 더디게 했고,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평균 연령이 29.35세로 가장 높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여자축구의 키워드는 이른바 '고강도'였다. 남자축구 못지않게 경기 내내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고 그라운드를 누벼야 한다. 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 감독은 고강도라는 말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 

이를 통해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 좁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설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선수들로는 고강도 전술을 매끄럽게 보여주기 어려웠고, 한국은 세대교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돌아오게 됐다. 

현실로 다가온 세대교체... 페어·천가람 활약 빛났다 
 
 2023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 선수와 공을 다투는 케이시 유진 페어
ⓒ KFA
 
값진 발견도 있었다. 독일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16세 케이시 유진 페어(PDA)와 20세 천가람 등 '젊은 피'의 활약이었다. 

콜롬비아와의 1차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역대 남녀 월드컵을 통틀어 최연소 출전 기록(16세 26일)을 세운 페어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한국 대표팀을 선택했다. 어린 나이에도 키 178㎝의 탄탄한 체격이 강점이다. 

천가람도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다. 올해 8월 열린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현란한 드리블을 뽐내며 '천메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벨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성인 월드컵에 데뷔한 두 선수는 독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몸싸움과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며 무승부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새 얼굴이 등장하며 황금 세대가 저물어 가지만, 당장 세대교체를 서두를 수는 없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개막하고, 10월에는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이 열린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이 동메달이고, 올림픽에는 본선에 진출한 적도 없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이 월드컵 못지않게 큰 도전인 이유다. 다시 한번 베테랑 언니들과 패기 넘치는 동생들의 조화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한국 여자축구가 이번 월드컵에서 얻은 경험을 어떻게 살려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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