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바다가 온탕, 이란 체감 66.7도" 7월 기온 심각한 까닭
지난 7월은 인류가 ‘산업화 이후 섭씨 1.5도 상승한 지구’를 앞당겨 경험한 달이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지구 평균 온도가 화석 연료가 널리 사용되기 전에 비해 1.5도~1.6도 상승한 것으로 기록되면서 역사상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됐다”면서다. 유럽연합(EU)의 공동 프로젝트인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의 자료를 인용했다.
WP는 “이전에도 일시적으로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긴 적이 있었지만, 인구가 밀집된 북반구는 주로 겨울이었기에 체감하지 못했다”면서 “전 세계인들은 이번 여름 동안 그런 세상에서 사는 게 어떤 느낌일지 처음 경험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주·유럽·아시아를 통틀어 북반구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고온의 영향을 받은 건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단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했다’고 최종 결론 내리려면 보통 여러 해에 걸쳐 연속적으로 1.5도 오른 것으로 기록됐을 때를 말한다.
'평균 온도 1.5도 상승'은 지구 온난화의 ‘레드 라인’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1.5도를 이상 기후가 속출하는 임계점으로 삼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정해왔다. 과학자들은 극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없다면, 2030년 무렵 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한 달간 인류가 '맛본' 온난화의 미래는 만만찮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는 31일 연속 기온이 화씨 110도(섭씨 43.3도)를 기록하고, 주 정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온열 질환 사망자를 수용하기 위한 냉동고를 추가 구매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낮 기온이 41도를 넘어서며 정부는 온열 질환 비상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베이징 주민들은 자외선을 피하려 ‘페이스키니(facekini,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이란의 페르시아만 국제공항의 체감 온도는 인간의 생존 한계에 가까운 섭씨 66.7도를 기록했다.
미래엔 이런 일이 매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WP는 “이미 중동과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인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의 열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 바다도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3일 미 국립해양대기청의 자료를 인용해 “평균 해수면 온도가 이미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 플로리다 연안의 한 부표에서 측정된 온도는 화씨 101.1(섭씨 약 38.3도)였다. NYT는 “이 온도에선 바다에 발을 담그면 마치 온탕(hot tub)에 발을 담근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높은 해수 온도는 10만년 전부터 형성돼 온 플로리다의 대규모 산호초 군락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상 기온 현상인 엘니뇨가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이 지역 해수면 온도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화석 연료의 연소나 삼림 파괴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의 90%를 흡수한다. 바다가 기후 변화의 영향에 관한 한 가장 정확한 온도계라고 불리는 이유다. 미 해양대기청의 그레고리 존슨 박사는 NYT에 “바다는 지구 온난화를 상당히 지연시키고 있지만, 인간은 동시에 비용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바다가 더 많은 열을 저장할수록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풍 등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면서다.
스위스 연방 연구기관인 산림·눈·경관 연구소(WSL)의 소나무 나이테 분석 결과도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WSL이 최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 지역 소나무 188그루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최근이 중세 이후 1200년 만에 가장 더운 것으로 측정됐다. 중세 시대 이후로 인류가 가장 더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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