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타고 유행 이끈 V팝 [‘주목’ V팝①]

방송보다는 SNS·유튜브 파급력 높아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베트남 음악(이하 V팝)이 유튜브, SNS 플랫폼을 타고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호아 투이링'시팅' 뮤직비디오

국내에서 유명한 베트남 여가수 호앙 투이링(Hoang Thuy Linh)이 부른 '씨팅'(See Tinh)은 2022년 발매된 후, 유튜브에서 5403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틱톡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위너의 이승훈, 정동원, 슈퍼주니어 신동, 잭슨, 안젤라 베이비, 딜런 왕 등 많은 연예인이 이 곡을 커버하거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이전에는 래퍼 파오(Phao)의 '하이 풋 헌'(Hai Phut Hon)이 리믹스 버전이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면서 온라인 내에서 일명 '국민 챌린지'가 되기도 했다.

V팝이 혜성같이 급부상한 건 아니다. 베트남의 대중음악은 최근 몇 년간 장르가 다양해지며 작품의 양과 질 모두 발전하고 있다.

특히 누구나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팝, 발라드, EDM이 중심이 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호 화이 안(Ho Hoai Anh), 단 트롱(Dan Truong), 마 땀(My Tam), 동니(Dong Nhi), 황 투이 린(Hoang Thuy Linh), 민(Min), 미우 레(Miu Le), 꽉 흥(Khac Hung) 등이 대표적으로 사랑 받는 뮤지션들이다. 이 중 황 투이 린이 대표적인 팝 장르 뮤지션으로 발표한 앨범 '호앙'(Hoang)은 모든 곡이 베트남 아이튠즈 차트와 스포티파이 10위 안에 진입하면서 베트남 음원 시장의 새로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0년 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진 베트남 가수와 해외 아티스들 간의 협업도 음악 트렌드와 완성도에 기여했다. 베트남 가수들은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미국, 유럽, 한국 가수들과 협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왔으며 2019년 선뚱 엠피티가 래퍼 스눕둑과 빌표한 곡 'Hay trao cho anh'가 가장 성공한 사례로 남았다. 이 곡은 발매 하루 동안 유튜브에서 258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5일 동안 5600만 조회수를 넘었다. 이는 남자 솔로 가수 중 뮤직비디오 공개 24시간 글로벌 조회수 20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수빈·지연 앨범 커버

2018년엔 인기가수 수빈이 티아라 지연과 'Dep nhat la em'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찍어 공개 직후 유튜브에서 14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베스트 윌 권영준 대표는 "V팝은 생각보다 매력과 퀄리티가 높은 음악이다. 우리나라처럼 흥이 있는 민족이라 어딜 가나 음악과 함께 생활을 한다. 베트남 음악은 크게 전통음악인 볼레로, V비트, 대중음악인 V팝 세 종류로 볼 수 있으며 2008년부터 음악 시장 자체가 서서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음악 방송보다 SNS, 유튜브의 파급력이 훨씬 강하다. 뮤직비디오 하나를 공들여 만들어 온라인 프로모션을 한다. 유명한 가수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화제를 되면 기본 조회수 1억이 넘어간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며 V팝이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베트남 음악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형태로 2차 콘텐츠가 재생산 된다는 점이다. 노래 하나가 히트하면, 리믹스, 리메이크, 커버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며 SNS를 통해 확산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오의 '제로 투 댄스'도 '하이 풋 헌'의 원곡이 아니라 리믹스 버전이다.

성장하고 있는 음악성과 SNS의 파급력이 만나면서 시너지가 됐다. 위아소셜(We Are Social)의 2023년 디지털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인구의 79%(9853만명)를 차지하는 거의 7800만명의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각 7개 이상의 서로 다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틱톡, 페이스북, 트위터, 상위 SNS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보고됐다.

김도헌 평론가 역시 "V팝이 전 세계에서 케이팝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틱톡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음악이 국경을 벗어나 통용될 수 있게 되면서 케이팝과 비슷한 대중 음악 형태로 인기를 얻게 됐다. 베트남은 인구가 굉장히 많고 대중음악에 대한 수요가 있는 나라다. 동남아시아에서 여러 소프트파워로 더 시장이 커질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하이 풋 헌'을 만든 래퍼 파오는 "해외에서 입소문이 난 노래의 성공 중 50%는 각각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베트남 특유의 뉘앙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국적이다. 아티스트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개인 브랜드 구축과 제품 품질에 점점 더 세심해지고 있다. 나머지 50%는 음악에 대한 투자와 전문성에서 나온다. 베트남 음악을 전 세계 더 많은 청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홍보 캠페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전했다.

틱톡 측은 베트남 이용자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플랫폼 내 V팝 주목도에 대해 “아시아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MZ 세대가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아시아는 모바일을 중심의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디지털 문명을 가장 앞서서 경험하고 있는 시장이며, 디지털을 통한 콘텐츠 창작, 유통, 소비 전 과정에 있어 큰 잠재적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