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대체?…무차별 '칼부림' '뉴테러리즘'에 긴급 대응책 마련하라
‘신림동 무차별 칼부림 사건’에 이어 ‘분당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큰 충격에 빠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무차별적인 ‘묻지마 범죄’를 단순한 강력범죄로 접근하는데 그치지 말고 서방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자생적 테러’(외로운 늑대)로 인식해,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테러는 테러리즘의 약자로 특정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가 다양한 방법의 폭력을 행사해 정치·사회적으로 공포상태를 일으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테러리즘은 인류 역사와 함께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냉전시대의 마르크스주의식 테러가 퇴조하고 종교적 이념 대립에 기반한 민족주의적, 종교적 테러가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뉴테러리즘의 도래’라 지칭한다. 2001년 9·11 테러는 무차별적인 대량 인명살상, 동기가 불분명하고 대중의 지지를 의식하지 않는 뉴테러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사건이다.
9·11 테러 이후 테러 양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항공기 납치 및 공중폭파, 요인 암살 및 납치, 공공기관 폭파 등과 같은 전통적 형태의 강성 테러리즘(hard target terrorism)에서 다중이용 시설이나 장소를 대상으로 삼는 연성 테러리즘(soft target terrorism)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무차별적인 살상을 자행하는,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전선도 전쟁 규칙도 없는 회색 전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생적(homegrown) 테러리스트, 즉 ‘외로운 늑대’의 출현과 ‘Low-Tech형’ 테러의 일상화이다. 주로 사이코패스나 사회부적응자들이 어떤 배후세력 없이 특정조직이나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극단주의 단체의 이데올로기나 신념 등에 자발적으로 동조하여 일상생활에서 구하기 쉬운 차량·흉기 등을 이용해 모방형 테러를 자행하기 때문에 테러 감행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예방이 어렵고 추적이 힘들다.
우리나라는 민족·종교 간 대립·갈등이 없는 데다 비교적 치안 상태가 양호해 테러 정세가 다른 나라보다 안정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최근 들어 사회 양극화 및 경제난 등으로 ‘외로운 늑대’의 발생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대두 됐으며, 이번에 발생한 잇따른 무차별적 묻지마 난동 사건은 바로 그 가능성이 현실화 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 등의 해결책으로 새로운 이민 정책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생적 테러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테러 확산 추세에 따라 2016년 3월 테러 방지법을 제정하고 테러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테러 단체’를 UN이 지정한 테러 단체로 제한하고 ‘테러 위험인물’을 테러 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 단체 선전, 테러 자금 모금·기부, 그 밖에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에 의한 테러 또는 자생적 테러에 대한 법적 대비 요건이 매우 취약하다.
법 제정 당시 국민 기본권 침해 등을 우려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임시 방편적인 정치적 봉합을 한 데 따른 결과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테러에 취약한 다중이용 시설 및 장소에 대한 경찰력의 효율적 배치 등으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반테러 관련법 등 선진국 입법 사례를 참고해 테러방지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 북한이나 국내외 불순분자, 특히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테러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대테러 관련 부처 및 경찰청, 검찰청, 국정원 등 수사정보기관 간의 유기적 협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yeom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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