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도 나서 지혈" 서현역 테러 더 큰 피해 막은 3박자 공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백화점에서 발생한 ‘묻지마 테러’는 차량까지 동원된 계획범죄라는 점에서 더 큰 인명 피해를 부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일 사건 현장에선 시민‧소방‧경찰의 합심 대응이 빛을 발했다.
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전날 피의자 최모(22)씨는 범행 당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흉기를 휘둘러 다수의 부상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오후 6시 5분에 최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부터 시민들은 휴지와 헝겊 등을 동원해 자상을 입은 피해자들을 지혈했다. 일부 시민은 출혈을 막던 도중에 피의자 최씨와 그를 쫓는 경찰을 봤다고도 전했다.
이런 시민들의 초기 대응은 소방의 빠른 현장 도착과 시너지를 냈다. 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받은 소방 선착대는 최초 신고 접수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소방은 구조 헬리콥터 2대와 구급차 26대 등을 급파했다.
흉기에 의한 자상과 교통사고로 인한 다발성 외상은 모두 분 단위로 골든타임이 달라진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출혈이 발생하는 피해 형태는 특별한 골든타임이 정해진 게 아니라 지혈과 이송이 빨라질수록 생존 확률이 달라진다”며 “특히 헬기가 운용되는 건 뜰 장소와 내릴 장소에 대한 협의, 병원과의 공조 등 미리 대비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구조 형태”라고 말했다.
경찰이 흉기를 든 피의자를 신고 6분 만에 빠르게 제압한 것도 더 큰 피해를 막은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최씨는 오후 5시 56분에 모친 소유의 경차로 행인을 충격하며 범행을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차량에서 내려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오후 5시 59분에 첫 칼부림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현장을 관할하는 분당경찰서 순찰차는 신고 접수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범인을 제압한 건 서현역 인근 서현지구대 경찰관들이었다. 오후 6시 5분쯤 시민 2명이 “칼부림 용의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며 지구대에 신고했다. 당시 근무 중이던 박종호 경장이 시민들로부터 “(범인은) 바로 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최씨를 향해 달렸고, 사복 순찰 중이던 최성권 서현지구대장까지 합류해 팔을 꺾어 피의자를 제압했다.
이들은 주변 화분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를 확보하고, 추가 신체 수색 뒤 흉기가 발견되지 않아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연행했다. 경찰은 피의자 최씨의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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