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흉기난동'에 테러방지법까지 검토… "22세 최씨-살인예고 동일인 가능성 수사"

손성배 2023. 8. 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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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5시5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흉기를 휘두른 최모(22)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까지 14명이 다치고, 차량 돌진 사고를 당한 60대, 20대 여성이 위중한 상태다. 서현역 CCTV 캡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20대 남성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적용 가능한 가장 무거운 법리를 적용하겠다”며 테러방지법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흉기난동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경무관 모상묘)은 차량 돌진으로 5명, 서현역 백화점 1~2층에서 흉기를 휘둘러 9명을 다치게 한 최모(22)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한 뒤, 지난 3일 오후 10시부터 4시간 동안 1차 조사를 벌였다고 4일 밝혔다.

수사팀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 2점을 범행 전날(2일) 주거지 인근 마트에서 구매한 점 등을 토대로 우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현행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가장 무겁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적용 가능 법리를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 사건을 ‘서현역 테러’로 규정한 만큼 테러방지법으로 의율할 수 있는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은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해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 등’으로 테러 행위를 규정한 법률이다.

1차 조사에서 최씨는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하며 피해망상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은 최씨에게 범죄 경력은 없으나 대인기피증 등으로 분당구의 한 공립고교를 자퇴한 뒤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고교 자퇴 후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해 통과했지만, 분열성 성격장애 관련 약물치료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에 이용한 경차 차량은 부모 소유로 사건 당일 주거지에서 직접 운전해 나왔다고 한다. 구체적인 이동 경로는 CCTV 분석 등을 통해 수사 중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최씨가 분열성 성격장애가 아닌 ‘분열형’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분열성 성격장애는 고립된 생활을 하며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분열형 성격장애는 독특하고 기이한 성향으로 피해망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2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상자는 14명으로 파악됐다. 현재 서현역 근처엔 용의자 A씨가 범행에 사용한 차량이 남아있다. 손성배 기자


홍진표 성균관대 정신건강의학과(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분열형 성격장애는 조현병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성격장애 유형으로 피해망상을 겪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케이스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피해망상이 뚜렷한 경우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야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져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 잇따라 게시된 살인예고 글에 대한 작성자 추적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달 31일 텔레그램 대화방에 게시된 ‘오리역 시민·경찰 살인예고’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7시9분 게시된 ‘서현역 살인예고’ 글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최모씨를 긴급체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상자는 14명으로 파악됐다. 사건 현장에서 시민들이 부상자들에게 CPR을 하는 모습. 손성배 기자


경찰 관계자는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를 추적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협박 또는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살인예고 게시글 작성자와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의 동일 인물 여부도 작성자 검거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오리역과 서현역을 중심으로 대테러 진압 장비와 권총, 테이저건 등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기동대 등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오리역과 서현역에만 특공대 전술 1개팀(8명) 등 총 70명의 경찰관을 투입했고 주요 지하철역과 백화점 등 다중밀집 시설에 기동대 7개 중대(600여명)를 분산 배치했다.

피의자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59분 서현역 앞 서현고가차도 위로 경차를 몰고 고의로 행인들에게 돌진해 5명을 다치게 했다. 이어 차량에서 내린 최씨는 서현역 2번 출입구로 들어가 AK플라자와 연결된 2층과 1층을 오가며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9명을 다치게 하는 등 불과 5분여 사이에 모두 14명에게 피해를 입혔다. 차량 돌진 사고를 당한 김모(64)씨와 이모(20)씨는 현재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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