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에 흙탕물까지... '진퇴양난' 영주댐
[정수근 기자]
▲ 이번 홍수로 무섬마을 수도교 교각이 패이고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뭇들이 내걸려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2일 긴 장마가 끝나고 돌아본 내성천의 곳곳은 참혹했다. 제방도로 등 곳곳이 붕괴되고, 파이고, 회룡포의 명물 제1 뿅뿅다리는 휘어지고, 제2 뿅뿅다리는 일부 유실되고, 회룡포마을이 침수됐다. 덕분에 내성천 모래톱이 복원되는 긍정적 변화도 생겼지만 전반적으로 홍수피해는 심각해 보였다.
장마 후 열흘 지났지만 내성천은 여전히 탁수
홍수피해는 긴 장마가 끝나고 열흘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보통 홍수가 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홍수기의 흙탕물인 탁수가 지나가고 맑은 강물이 흐르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 돌아본 내성천은 전 구간에 아직도 탁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룡포까지 탁수가 이어지고 상류로 갈수록 양상은 더 심각해졌다. 이렇게 하천에 탁수가 장기간 지속되면 다양한 생태적 부작용이 초래된다. 이에 대해 현장을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이철재 부위원장은 "탁수로 인해 햇볕과 산소가 차단돼 물고기의 호흡 등 수생생물들의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교란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예천군 보문면 우래교 아래 내성천에 탁수가 그득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강 전체가 탁수였다. 심각한 흙탕물이었다. 수량만 줄어든 채 홍수기의 흙탕물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때문에 피서철을 맞아 부모와 함께 우래교 아래 내성천을 찾은 아이들은 강으로 들어가길 꺼려했다.
더 상류로 올라갔다. 내성천의 명소인 무섬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탁수는 심각했다. 무섬마을 백사장은 드넓게 돌아왔지만 그 위를 흐르는 물은 완전히 흙탕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관광객 한 분은 "상류에 무슨 공사를 하나? 왜 이렇게 많은 흙탕물을 내려보내나,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해서는 안될 텐데"하면서 혀를 찼다. 흙탕물은 무섬마을의 풍광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 영주댐 아래 미림마을 내성천에 탁수가 가득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같은 날 같은 시각 내성천의 지천 서천의 강물은 이렇게 맑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내성천 본류만 그렇다면 영주댐이 원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영주댐으로 향했다. 영주댐 직하류 강물을 내려다 보내는 배수구를 보니 그 안에서 탁수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내성천은 온통 흙탕물이었다. 그 속에 사는 물고기들이 걱정될 정도로 탁수는 심했다. 왜 이런 탁수를 내려보내고 있는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댐의 상류로 가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영주댐은 지금 벌써 심한 녹조
▲ 영주댐엔 심각한 녹조. 댐 하류엔 심각한 탁수. 진퇴양난의 영주댐이 아닐 수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러니 댐에 가득 찬 댐 상류의 물을 내려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문을 열어 상류의 물을 뺄 수 있는 수위였지만 그곳으로 녹조 물을 방류할 수는 없을 터였다. 영주댐의 목적이 낙동강의 수질 개선인데, 지금 영주댐의 녹조 물을 방류하면 그 물이 흘러 결국 낙동강으로 들어가게 되니 말이다.
댐 물은 방류해야겠으니 궁여지책으로 댐 중하류의 물을 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아직 일반 강과 달리 댐의 물은 탁수가 다 가라앉지 않아서 여전히 중하류의 물은 탁수인 채로 있었던 것이다.
상류의 물은 녹조 때문에 내보낼 수 없고, 중하류의 물은 탁수 때문에 걱정인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녹조 물을 내려보낼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탁수를 내보내는 차선책을 영주댐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택한 것일 터이다.
수공의 입장이 궁금했다. 영주댐관리단으로 전화를 해 수공의 입장을 들었다. "탁수를 충분히 가라앉힌 다음에 방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영주댐 탁수 방류 때문에 내성천이 지금 완전히 흙탕물로 변한 것 아느냐, 현장 확인을 해봤냐?"는 필자의 질문에 영주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생각보다 탁수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영주댐의 중류까지 아직 탁수다. 이번 홍수로 인한 실종자 수색 문제로 많은 물은 내려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댐 중간의 물로 최소한의 하천유지용수만 내려보내고 있다."
▲ 영주댐 전체가 녹조로 가득 찼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녹조 문제에 탁수 문제까지 더해진 영주댐이다. 내성천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방류할 수 없는 물이 가득한 영주댐이다. 진퇴양난의 영주댐이 아닐 수 없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영주댐이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이룰 수 없는 무용지물 댐이라면 그야말로 철거까지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주댐 때문에 우리 모래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지닌 국보급 하천이 망가져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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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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