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에 흙탕물까지... '진퇴양난' 영주댐

정수근 2023. 8. 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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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마 후 곧바로 녹조, 낙동강 수질 관리에 무용지물... 댐 해체가 답

[정수근 기자]

 
 이번 홍수로 무섬마을 수도교 교각이 패이고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뭇들이 내걸려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일 긴 장마가 끝나고 돌아본 내성천의 곳곳은 참혹했다. 제방도로 등 곳곳이 붕괴되고, 파이고, 회룡포의 명물 제1 뿅뿅다리는 휘어지고, 제2 뿅뿅다리는 일부 유실되고, 회룡포마을이 침수됐다. 덕분에 내성천 모래톱이 복원되는 긍정적 변화도 생겼지만 전반적으로 홍수피해는 심각해 보였다.

장마 후 열흘 지났지만 내성천은 여전히 탁수

홍수피해는 긴 장마가 끝나고 열흘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보통 홍수가 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홍수기의 흙탕물인 탁수가 지나가고 맑은 강물이 흐르는 것이 보통인데 이날 돌아본 내성천은 전 구간에 아직도 탁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룡포까지 탁수가 이어지고 상류로 갈수록 양상은 더 심각해졌다. 이렇게 하천에 탁수가 장기간 지속되면 다양한 생태적 부작용이 초래된다. 이에 대해 현장을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이철재 부위원장은 "탁수로 인해 햇볕과 산소가 차단돼 물고기의 호흡 등 수생생물들의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교란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찾아야 했다. 상류로 차를 몰아 강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예천군 개포면을 지나 보문면까지 내달려 우래교에 닿았다. 이곳의 탁수는 하류보다 더 심각했다.
 
 예천군 보문면 우래교 아래 내성천에 탁수가 그득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 전체가 탁수였다. 심각한 흙탕물이었다. 수량만 줄어든 채 홍수기의 흙탕물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때문에 피서철을 맞아 부모와 함께 우래교 아래 내성천을 찾은 아이들은 강으로 들어가길 꺼려했다.

더 상류로 올라갔다. 내성천의 명소인 무섬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도 탁수는 심각했다. 무섬마을 백사장은 드넓게 돌아왔지만 그 위를 흐르는 물은 완전히 흙탕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관광객 한 분은 "상류에 무슨 공사를 하나? 왜 이렇게 많은 흙탕물을 내려보내나,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해서는 안될 텐데"하면서 혀를 찼다. 흙탕물은 무섬마을의 풍광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조금 더 올라서야 궁금증이 해소됐다.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내성천이 지천인 서천과 만나는 합수부에 서보니 이유가 명확해졌다. 서천에 내려오는 강물은 아주 맑은데 본류 내성천에서 내려오는 강물이 완전히 탁수였다.
 
 영주댐 아래 미림마을 내성천에 탁수가 가득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같은 날 같은 시각 내성천의 지천 서천의 강물은 이렇게 맑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내성천 본류만 그렇다면 영주댐이 원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영주댐으로 향했다. 영주댐 직하류 강물을 내려다 보내는 배수구를 보니 그 안에서 탁수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내성천은 온통 흙탕물이었다. 그 속에 사는 물고기들이 걱정될 정도로 탁수는 심했다. 왜 이런 탁수를 내려보내고 있는지 그 이유가 너무 궁금했다. 댐의 상류로 가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영주댐은 지금 벌써 심한 녹조

영주댐이 훤히 조망되는 영주댐물문화관 앞에 서서 보니 영주댐의 물이 온통 녹조로 뒤덮였다. 댐 전체가 녹조였다. 그것도 거의 진한 녹색이었다. 일주일 정도만 더 지나면 그야말로 녹조 곤죽으로 변할 것 같은 그럴 정도의 심한 녹조였다.
 
 영주댐엔 심각한 녹조. 댐 하류엔 심각한 탁수. 진퇴양난의 영주댐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러니 댐에 가득 찬 댐 상류의 물을 내려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문을 열어 상류의 물을 뺄 수 있는 수위였지만 그곳으로 녹조 물을 방류할 수는 없을 터였다. 영주댐의 목적이 낙동강의 수질 개선인데, 지금 영주댐의 녹조 물을 방류하면 그 물이 흘러 결국 낙동강으로 들어가게 되니 말이다.

댐 물은 방류해야겠으니 궁여지책으로 댐 중하류의 물을 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아직 일반 강과 달리 댐의 물은 탁수가 다 가라앉지 않아서 여전히 중하류의 물은 탁수인 채로 있었던 것이다.

상류의 물은 녹조 때문에 내보낼 수 없고, 중하류의 물은 탁수 때문에 걱정인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녹조 물을 내려보낼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탁수를 내보내는 차선책을 영주댐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택한 것일 터이다.

수공의 입장이 궁금했다. 영주댐관리단으로 전화를 해 수공의 입장을 들었다. "탁수를 충분히 가라앉힌 다음에 방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영주댐 탁수 방류 때문에 내성천이 지금 완전히 흙탕물로 변한 것 아느냐, 현장 확인을 해봤냐?"는 필자의 질문에 영주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생각보다 탁수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영주댐의 중류까지 아직 탁수다. 이번 홍수로 인한 실종자 수색 문제로 많은 물은 내려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댐 중간의 물로 최소한의 하천유지용수만 내려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철재 부위원장은 "탁수 영향 조사가 필요하다. 가까운 임하댐이나 수도권의 소양강댐도 탁수 문제가 심각해 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주댐에서도 탁수로 인한 내성천의 전반적인 생태계 영향조사를 실시해서 가장 부하를 적게 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댐은 탁수 문제와 같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차제에 이런 탁수 문제도 영주댐 처리 문제(심각한 녹조로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로 댐 해체까지 요구되고 있다)의 한 요소로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주댐 전체가 녹조로 가득 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녹조 문제에 탁수 문제까지 더해진 영주댐이다. 내성천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방류할 수 없는 물이 가득한 영주댐이다. 진퇴양난의 영주댐이 아닐 수 없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영주댐이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이룰 수 없는 무용지물 댐이라면 그야말로 철거까지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주댐 때문에 우리 모래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지닌 국보급 하천이 망가져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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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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