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합격하고 동생 대신... 형이 죽고 난 뒤 알게 된 진심

양형석 2023. 8.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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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신하균-원빈 주연의 휴먼 드라마 <우리 형>

[양형석 기자]

199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의 원톱 배우로 활약했던 한석규는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끝으로 4년 가까이 영화출연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OCN 드라마 < WATCHER >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3, OTT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까지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영화 출연이 다소 뜸하다고 해서 최근 한석규의 연기활동이 뜸하다고 느끼는 대중들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배우는 다르다. 2010년 628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저씨> 이후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 출연도 없이 무려 13년간 연기공백을 갖고 있는 배우 원빈이 그 주인공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심지어 배우라는 직업을 완전히 접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몇몇 배우들과 달리 원빈은 현재까지도 여러 광고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긴 연기공백은 대중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원빈이 처음부터 이렇게 작품활동이 뜸했던 배우는 결코 아니었다. 2000년에는 단막극 <그가 간이역에 내렸다>와 주말드라마 <꼭지>, 미니시리즈 <가을동화>까지 무려 3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적도 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해 1400만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한 편은 한국영화 두 번째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였고 또 한 편은 신하균과의 형제 연기가 빛났던 안권태 감독의 <우리 형>이었다.
 
 신하균과 원빈이 형제연기를 한 <우리 형>은 전국 247만 관객을 동원하며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CJ ENM
 
관객들 감동시켰던 형제가 등장하는 영화들

사실 현실에서 남자형제 사이는 그리 살갑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형제가 나란히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교우관계와 학업 등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쓰느라 형제 사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서로 신경도 쓰지 않고 살다가 함께 생활하면서 급격히 사이가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형이나 동생을 위해 목숨을 거는 형제도 등장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기도 한다.

있는 줄도 몰랐던 형제가 함께 여행하면서 점차 형제애를 깨닫는 배리 레빈슨 감독의 <레인맨>은 형제애를 주제로 한 대표적인 영화다. <레인맨>은 더스틴 호프먼의 서번트 증후군 연기와 36년 전 영화임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레인맨>은 지금처럼 영화의 티켓 가격이 비싸지 않던 1980년대 후반 3억 5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작품이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네가 가면 나도 간다(You Go We Go)"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 역시 깊은 형제애를 느낄 수 있다. 액션배우 커트 러셀과 볼드윈 4형제의 셋째 윌리엄 볼드윈이 형제로 등장하는 <분노의 역류>는 서로를 위해 불길에 뛰어드는 '뜨거운' 형제애를 보여준다. <분노의 역류>는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끝내 수상에는 실패했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역시 2004년에 개봉해 1174만 관객을 동원했던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꼽을 수 있다.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전쟁에 내몰린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배우 장동건과 원빈을 캐스팅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몸이 아픈 동생을 전역시키기 위해 무모하게 적지에 뛰어든 형 진태와 그런 형이 못 마땅한 진석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전쟁의 비극을 흥미롭고 슬프게 표현한 작품이다.

2018년에 개봉한 최성현 감독의 <그것만이 내 세상>은 현존하는 '연기본좌' 이병헌과 떠오르는 '연기본좌' 박정민이 이복형제로 출연했던 영화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개봉 당시 <레인맨>과의 유사성이 지적됐고 신파극으로 막을 내린 결말 역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의 극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개봉 8일 만에 손익분기점(210만)을 넘겼고 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친구> 조감독이 만든 <친구> '형제 버전'
 
 성현에게 한 번도 형이라도 부른 적 없는 종현은 영화 엔딩 장면에서 사진관 사장님에게 처음으로 성현을 "우리 형"이라고 소개한다.
ⓒ CJ ENM
 
<우리 형>을 통해 데뷔한 안권태 감독은 부산 출신으로 <실미도> 전까지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에서 조감독을 맡았다. <우리 형>은 <친구>와 마찬가지로 배경도 부산이고 정호빈과 김정태, 김광규 등 배우들도 많이 겹친다(심지어 김광규는 역할마저 주인공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우리 형>이 안권태 감독의 사수였던 곽경택 감독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 형>에서 형 성현(신하균 분)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도 잘하고 다정하고 착한 성격을 가졌지만 선천적으로 인중과 입술 부위에 흉터가 있고 말도 다소 어눌하다. 잘 생기고 싸움도 잘하는 동생 종현(원빈 분)은 어린 시절부터 형을 부끄러워했고 한 번도 성현을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우리 형>의 성현과 종현은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형제를 조금 더 강조해서 표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원빈은 영화에서 유독 형제, 그중에서도 동생 연기를 많이 했다. 원빈은 영화 데뷔작이었던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에서 신현준이 연기한 상연의 동생으로 출연했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장동건이 맡은 진태의 동생으로 나와 동생의 전역을 위해 폭주하는 형과 갈등했다. <우리 형>에서는 형을 무시하지만 형이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보디가드 역할을 해줬고 형이 세상을 떠난 후 뒤늦게 형의 사랑(?)을 깨달았다.

원빈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한 방에 만루홈런을 터트렸다면 신하균은 < 공동경비구역 JSA >와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등을 통해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배우로 꾸준히 성장했다. 성현은 동생에게 평생 무시 당했지만 한 번도 동생을 미워하지 않았고 어머니(김해숙 분)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서울의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성현은 종현 대신 어머니의 약을 사러 빗길에 나섰다가 동생 대신 두식에게 살해 당했다.

<우리 형>은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이 아닌 대중음악 작곡가 김형석이 영화음악을 맡았다. <우리 형> OST에는 김조한과 성시경, 박효신 같은 뛰어난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박효신이 부른 엔딩곡 '다시 만난다면'은 <우리 형> OST에서 손에 꼽히는 명곡이다. 하지만 '다시 만난다면'은 박효신이 참여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 '눈의 꽃'이나 <미스터 션샤인>의 OST '그 날'처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못했다.

'대상배우' 이보영의 스크린 데뷔작
 
 이보영은 <우리 형>을 시작으로 단 5편의 영화에만 출연하고 드라마 활동에 전념했다.
ⓒ CJ ENM
 
김혜자, 고두심 등과 함께 '국민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해숙은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의 엄마를 연기했지만 <우리 형>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민엄마'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 형>에서 성현과 종현의 엄마로 출연한 김해숙은 동네에서 일수를 하는 억척스러운 어머니를 연기했는데 이는 성현의 흉터제거 수술을 위한 것이었다. 김해숙은 2010년대 들어 <도둑들>과 <암살> <신과 함께-죄와 벌>까지 세 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S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드라마에서는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보영은 유독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우리 형>은 신예배우로 주목 받기 시작하던 이보영의 스크린 데뷔작이었는데 이보영은 인근지역 학교의 퀸카이자 성현이 짝사랑했던 여학생 미령 역으로 출연했다. 미령과 사귀던 종현은 성현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미령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우리 형>이 개봉했던 2004년 10월 신하균은 이미 만 30세였고 원빈 역시 만 26세였다.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연기를 하기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형> 개봉 당시 이미 만 31세였던 김정태 앞에선 그냥 불만 없이 교복을 입어야 했다. 3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교복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놀라게 한 김정태는 미령을 걸고 종현과 대결을 벌였지만 졸업 후에는 미령의 오빠 영춘(정호빈 분)의 사채회사에서 종현과 함께 일했다.

장혁, 강동원, 김정태 등과 함께 부산이 배출한 최고의 남자배우 중 한 명인 조진웅은 무명 시절이던 2004년 <우리 형>에서 '동네 바보' 두식 역으로 출연했다(<우리 형>은 연초에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은 조진웅의 두 번째 영화였다). 조진웅이 연기한 두식은 비중이 크지 않은 조·단역이었지만 사채 빚을 받아내기 위해 엄마와 자신을 구타했던 종현에게 앙심을 품고 인상착의가 비슷했던 성현을 살해하며 영화 속에서 큰 반전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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