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초전도체의 중심에서 황우석의 교훈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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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를 떠들썩한 초전도체 이슈를 보면서 황우석 박사가 떠올랐다.
초전도체 논란에 대한 반응도 황우석에 대한 평가처럼 다양하다.
한강 위 하늘에 세빛섬을 둥둥 띄운 합성사진, 고려대가 하버드를 넘어섰다는 트윗(이번 발표를 한 연구진 대다수가 고려대 출신이다), 세계 최고 부자나라가 된 우리나라에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도움을 청하러 왔다는 가짜 뉴스 등등 상상력이 초전도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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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의 선물이 아닐까
요즘 나라를 떠들썩한 초전도체 이슈를 보면서 황우석 박사가 떠올랐다. 한때 국민적 영웅이었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인물. 논문 데이터를 조작하고 실험에 필요한 난자를 불법적으로 모은 혐의는 법정에서도 유죄로 인정되었다. 그게 벌써 18년 전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그의 근황이 뜬금없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클론의 왕(King of clone)’을 통해 공개됐다.
다큐멘터리는 황량한 사막을 홀로 가로지르는 황우석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동승자 없이 운전하던 그가 직접 골라 튼 노래가 하필 양희은의 ‘아침 이슬’이다. 태양이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를 시련 삼아 저 거친 광야로 나아가는 노래 속 순교자의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놀랍게도 그는 중동에서 동물 복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초청으로 건너가서 이미 1000마리가 넘는 동물을 복제했다고 한다. 중동의 석유재벌 만수르가 자신의 보스라고 밝힌 그는 다큐멘터리 내내 확신에 찬 태도를 유지한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과욕을 부렸음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멀고 먼 타국에서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놓지 않은 연구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긴 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국내 한 업체와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추진한단다. 연구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짐작된다. 중동의 거부들에게 젊음과 건강을 선물해주려나? 설마 나중에 만수르를 복제하는 건 아니겠지?
황우석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나는 인간으로서 그의 꿈과 의지는 인정하지만 과학자로서는 낙제점을 주고 싶다. 본분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데이터 조작은 과학자로서 결격 사유다. 느린 달리기 선수나 세속적인 종교인 혹은 겁쟁이 군인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희대의 사기꾼이자 범죄자라고, 나보다 더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욕심을 부리다가 실수한 과학자 정도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다큐멘터리 리뷰를 보면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천재이자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댓글도 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그의 연구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후대의 평가가 궁금하다.
초전도체 논란에 대한 반응도 황우석에 대한 평가처럼 다양하다. 나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쪽이다. 지금까지의 공학의 발달은 늘 인간의 편리를 증대하는 만큼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초전도체 상용화가 그런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속도라도 늦춰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 때문이다. 성공가능성을 높이 보는 사람들은 베팅을 시작했고 이미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조롱 섞인 ‘밈(meme)’을 쏟아내고 있다. 한강 위 하늘에 세빛섬을 둥둥 띄운 합성사진, 고려대가 하버드를 넘어섰다는 트윗(이번 발표를 한 연구진 대다수가 고려대 출신이다), 세계 최고 부자나라가 된 우리나라에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도움을 청하러 왔다는 가짜 뉴스 등등 상상력이 초전도체 수준이다.
우리는 늘 영웅을 기다리고 대박을 꿈꾼다. 성숙하지 못한 사회는 가짜 영웅과 가짜 대박에도 쉽게 동요한다. 꿈의 물질 초전도체가 정말로 우리 연구진에 의해 개발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침착하고 성숙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상식적인 의심이야말로 황우석 박사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 아닐까.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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