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그들만의 카르텔]②전관예우·자체 감리…있으나 마나한 LH식 감리
직접 선정한 감리업체, 퇴직자 다수 근무
부실 3개 단지는 직접 감리
‘관계 법령 및 설계도서 등에 적합함.’
최근 적발된 지하 주차장 ‘철근(보강근) 누락’ 부실시공 아파트들의 ‘감리 완료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지어진 15개 단지 중 공사 중인 6개 단지를 제외한 9개 단지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준공 승인을 받은 5개 단지는 모두 입주를 완료했으며, 올해 상반기 준공 승인이 난 3개 단지는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1개 단지도 준공 승인을 받고 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이들 아파트 중에는 들어가야 하는 철근 중 80%가 넘는 철근이 빠진 아파트(오산세교2 A6블록, 음성금석 A2블록)도 포함됐다. 공주월송 A4블록, 아산탕정 2-A14블록 등 2곳은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건축물 준공 승인을 받기 위해선 인허가기관에 ‘감리 완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사 기간에도 매 분기 중간 감리 보고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감리사는 매일 감리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는 건축법 제25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9조에 명시된 의무사항이다. 만약 감리 완료 보고서에 부적합, 불량 등의 의견이 달리면 보완될 때까지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전관예우·벌점 업체 선정 수두룩LH는 이들 아파트의 부실시공 원인으로 설계 또는 시공상의 문제를 지목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발주처-설계사-시공사-감리사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제 역할을 못한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구조적으로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 LH의 전횡과 전혀 제구실을 못하는 감리를 문제로 꼽고 있다.
감리란 시공사가 설계대로 공사를 하는지 현장에서 점검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LH가 발주하는 현장에선 ‘있으나 마나’라는 말이 나온다. 감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발주처와 시공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LH는 자체 감리에 나서거나 감리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는다. 실제로 이번 부실시공 단지 중 준공 승인을 받은 단지 3곳(수서역세권 A-3BL블록, 수원당수 A3블록, 공주월송 A4블록)은 LH가 직접 감리했다.
특히 LH는 감리업체 선정에서도 여러 의혹을 남기고 있다. LH 퇴직자가 있는 전관예우, 벌점 처분을 받은 감리업체 등이 문제가 된 아파트 감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다수의 LH 퇴직자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 건축사사무소 광장이 철근 누락 15개 단지 중 2개(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블록, 오산세교2 A6블록) 단지의 감리업체였다. 이 업체는 지난해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및 지난 4월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 아파트의 감리를 맡았던 곳이다. 이 밖에 목양종합건축사무소는 3곳(남양주별내 A25블록, 아산탕정 2-A14블록, 양산사송 A-8BL블록),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는 154개 기둥 모두 철근이 누락된 양주회천 A15블록의 담당 감리를 맡았다.
이번 철근 누락 단지 감리에 참여한 업체 중에는 부실 감리로 벌점을 받은 업체도 포함됐다.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 목양종합건축사무소는 최근 5년간 부실 감리로 3.83점 벌점을 받았다. 전체 감리업체 중 벌점 상위 2위다. 2.41점의 벌점을 받은 무영씨엠도 파주운정3 A23블록의 감리를 담당했다.
낮은 연봉의 감리, 인력 충족 현장 14.5%에 불과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감리업체의 난립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숙련도 및 기술력을 갖춘 감리사를 채용해야 하지만, 설계·시공업체에 비해 연봉이 낮아 주로 퇴직자들이 재취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중소 감리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일거리가 많이 늘었지만, 연봉이 낮다 보니 인력 채용이 힘들다"며 "일단 건축사 자격증만 있으면 나이를 불문, 평판 조회 없이 무조건 채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격증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현장 경험이 없는 이들이 태반"이라며 "제대로 된 감리를 위해선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유입될 수 있게 업계의 생태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LH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 공사 현장 166곳 가운데 법에 정한 감리인력 기준을 충족한 현장은 24곳(14.5%)에 불과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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