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별론데'...연기금 매수 나선 배경 [마켓플러스]
[한국경제TV 유주안 기자]
<앵커1> 시장 관심이 2차전지와 바이오, 초전도체 등에 몰려있는 가운데 연기금의 조용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는 종목이 있습니다. K-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인데요, 해외 사업 현황과 앞으로의 투자전략에 대해 증권부 유주안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최근 발표된 실적은 좋다고 보긴 어렵죠?
<기자1> 아모레퍼시픽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수준과 비슷한 9454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59억원을 거뒀습니다. 흑자전환엔 성공했지만 시장 예상치였던 377억원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에 어닝쇼크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에서만 3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작년에 중국 정부가 본격 리오프닝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소비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고 아모레퍼시픽 역시 올 초까지 주가가 반등을 보였는데, 실제 중국 경제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실망한 투자심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2분기 지역별 매출을 보면 중국 제외 아세안 시장 매출이 10% 이상 늘었고, 북미와 유럽이 100% 이상 증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미와 유럽에서 각 793억원, 132억원의 매출을 보였습니다.
<앵커2> 실망스러운 실적에도 연기금 매수가 지속되고 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2> 국민연금 등 연기금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 확대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최근 한달간 연기금이 약 500억원 규모의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집계되고, 사모펀드와 투신 쪽에서도 약 300억원 규모 순매수가 들어왔습니다. 이같은 매수 배경에는 중국 외 지역으로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주가가 저점이라는 인식도 주식 매수의 배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경기가 지금보다 많이 나빠지거나 경착륙할 가능성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재 분위기이고, 중국 회복 속도가 실망스럽지만 주가 면에서 이미 많이 빠져 있기 때문에 저점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3> 해외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나요?
<기자3>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매출에서 20%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 비중을 줄이고 다른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하는데요,
지난 2분기 아모레퍼시픽 북미시장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73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해외시장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2019년 4.5%에서 작년 12.1%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는 20%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매출이 132억원,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의 한국 화장품의 선전도 최근 눈에 띄는 소식입니다. 작년 일본 화장품 수입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프랑스를 누르고 1위 수입액을 기록했다. 일본의 지난해 한국화장품 수입액이 작년 775억엔을 기록, 프랑스 764억엔으로 큰 차이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프랑스를 누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요미우리 신문이 한국 화장품 인기가 일회성이 아니라고 분석해 눈길을 끄는데,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 2분기 일본에서 '아모레퍼시픽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고 실제 매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앵커4> 지켜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기자4> 탈중국의 속도,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를 주의깊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중 3분의 1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해외의 70%가 여전히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기회복이 더디고, 회복한다 해도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내 자생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외 시장으로의 다변화는 아모레퍼시픽의 가장 큰 과제로 손꼽힙니다.
또한 설화수를 포함해 각 브랜드들에 대해 리브랜딩도 진행중인데요, 이 효과가 실적으로 얼마나 이어질 지도 눈여겨볼 사항입니다. 리브랜딩에 따른 비용 투자가 있기 때문에 당장 수익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에 증권가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유주안 기자였습니다.
유주안 기자 jayou@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