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별리그 탈락한 여자축구, 앞으로의 미래는
4년 뒤 월드컵 책임질 신예 선수들 발굴 있어야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10월에는 파리 올림픽 2차 예선 예정
한국 여자 축구를 이끈 ‘황금세대’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마무리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콥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독일과 3차전에서 1대 1로 비겼다.
전반 6분 이영주(마드리드 CFF)의 침투 패스를 받은 조소현(토트넘)이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침착하게 슈팅,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주도권을 가지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반 42분 오른쪽 측면에서 높게 올라온 공을 알렉산드라 포프가 헤더로 연결, 한국 골문 구석을 찔렀다.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이 반응할 수 없을 만큼 방향이 바뀌었다.
콜롬비아에 0대 2, 모로코에 0대 1로 패배하며 2연패에 놓였던 한국은 5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아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대회 첫 골과 첫 승점을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1무 2패(승점 1점)으로 H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차 있었던 여자축구 대표팀이기에 아쉬움도 배가 됐다. 지난 2019년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벨 감독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팀을 지도하며 다듬었다. 특히 벨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고강도’ 훈련을 통해 피지컬이 강한 외국 선수들과 맞붙을 수 있는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대한축구협회(KFA)도 이례적으로 여자 대표팀의 평가전을 추진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으로 넘어가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해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자웅을 겨뤘다. 국내에서도 잠비아, 아이티 등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꾸준히 월드컵을 향한 준비를 이어갔다.
탄탄한 선수층도 월드컵 호성적을 기대하는 요소였다. 지소연(수원FC), 이금민(브라이튼), 조소현, 윤영글(BK 헤켄) 등 해외 무대에서 뛰거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고, 김혜리, 박은선 등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16강 진출을 견인했던 ‘황금 세대’ 멤버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들의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선수 구성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꿈꿨지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여자 대표팀은 앞으로의 미래도 걱정해야 한다. 황금 세대 멤버들이 대부분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들어선 만큼, 다음 월드컵에서 출전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로 인해 이제는 세대교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역대 한국 최연소 선수로 월드컵에 출전한 케이시 유진 페어(PDA)와 천가람(화천KSPO) 등은 향후 대표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로 꼽힌다.
벨 감독은 “오늘 우리가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이제 다시 집중할 때다. 우리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어떻게 하면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로 올릴지 따져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여자축구 대표팀의 일정은 계속해 이어진다.
오는 5일 귀국해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대표팀은 바로 다음 달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 다음달 25일부터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은 홍콩, 필리핀, 미얀마와 E조에 속해 조별리그를 치른다.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종목에서 한국의 최고 성적은 동메달이다.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첫 결승 진출로 새 역사를 작성하며 월드컵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한 아시안게임 이후 10월 26일부터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이 예정돼 있다. 한국은 아직 올림픽 여자 축구 본선에 출전한 적이 없어 또 하나의 새 역사를 향한 도전이 이어지게 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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