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사태에 결국 고개 숙인 당정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예고된' 사고가 계속되자 결국 당정이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4일 오전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안전관리 긴급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부랴부랴 대응책들을 내어놓았다.
3개 부처 현직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고, 개막 직전까지 정부가 현장 점검에 나섰음에도 이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국무조정실에서도 정부 책임론을 일부 시인하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윤재옥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지원 아끼지 않겠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한여름인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리는 잼버리의 특성상, 이전 대회에서도 더위로 인한 다수의 질환자 발생은 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올해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이 예고된 바 있고, 자연 그늘이 없는 간척지에서 행사가 이뤄지는 만큼 더욱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음에도 현장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폭염을 피할 그늘 및 냉방시설, 병상, 의약품 등이 부족하고, 물이 쉽게 고이는 습한 간척지의 특성상 배수와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음에도 화장실, 샤워실 등의 질적, 양적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며 "일부 참가국들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고, 각국 참가자 가족들까지 SNS 등을 통해 항의를 하고 있는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의 안전"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K-컬처를 통해 청소년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이번 잼버리가 그들에게 잊고 싶은 기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당은 잼버리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이 즉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회의를 마친 그는 기자들에게 "기존의 대책 외에 온열 환자, 식사 시설, 위생 안전에 대해 필요한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하기로 했다"라며 "참가 국가와 세계 스카우트 연맹 등의 다양한 요청을 적극 수용하여 안전한 대회 운영을 위한 정부적 역량을 결집하여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 폭염으로 인한 온열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 공급 용량 증설, 쿨링 텐트, 버스를 신규 보급 ▲ 온열 환자 발생 시 대응력 제고를 위해 추가 의료 인력, 물자 즉시 투입 ▲ 참가자들의 다양한 영내외 과정 활동과 앞으로 남은 K-팝 콘서트, 폐영식 등 다중밀집 행사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안전 대책을 수립, 시행 등을 제시했다.
특히 "참가자들이 양질의 식사를 적기에 충분히 제공받고, 깨끗한 화장실, 샤워실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인력과 물자를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라며 "24시간 비상근무를 통해 참가자들의 안전 관련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여 조치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추가로 각국 공관 및 외신들에게 정부의 조치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외국 정부나 또 외국 참가자들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라고도 이야기했다.
국조실 "정부 입장에서 핑계 댈 상황 아냐... 더 심각하게 고려했어야"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대신 박구연 국무조정실 제1차장이 나섰다.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현장 점검에까지 나서며 '가장 안전한 잼버리'를 자신했지만, 이렇게 사고가 난 원인을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물음표가 던져졌다. 박구연 차장은 "정부에서 여러 가지 조직위를 중심으로 준비를 했지만, 아시다시피 비가 직전까지 (많이 왔다)"라고 이야기했다. 폭우와 폭염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이걸 핑계를 댈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날씨나 지리적 환경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조건 아니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 차장은 작년이나 재작년 날씨 등을 고려해 설계를 했다고 밝히며 "조직위가 운영하는 여러 가지 매뉴얼 상의 그런 부분들을 고려는 한 걸로 확인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더 충분히 (대비) 했었어야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 국정감사 때부터 지적이 되어 온 문제들이었고, 개막 직전까지도 잼버리 준비 상황이 태부족이라는 여러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는 지역 시민사회와 정의당 등에서는 일정 대폭 수정까지 요구한 바 있는데, 일정 조정에 대한 고려는 없었는지 질문이 나왔다.
박구연 차장은 "저희가 직접 현장을 운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금 즉답은 안 된다"라면서도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스카우트 연맹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행사다 보니까 저희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라며 "여러 가지 지금 말씀하신 날씨라든지 안전 대책 등등 이런 문제를 조직위 하고 세계연맹하고 논의를 해왔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도 그는 "좀 더 강하게, 심각하게 (문제를) 고려했다면 낫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식사의 낮은 질이나 청결하지 않은 화장실 등은 결국 예산 문제인데, 집행 과정에서 누수나 착복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관한 물음도 나왔다. 박구연 차장은 "그런 문제는 지금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기본적으로는 비가 오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과정에 배식하는 인력이라든지 적시에 도착을 못해서 지연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밤늦게 도착을 하다 보니까 야영하시는 분들이 간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못 받아서 불편했던 부분"이라며 "지금 큰 문제가 없는 것 파악을 하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음식의 부패 문제는, 다른 부분의 일반적인 사항은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계란이 일부 곰팡이가 슬었던 것으로 되는 것 외에 나머지 음식들은 큰 문제는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박 차장은 "앞으로는 간식도 정부가 최대한 추가를 할 거고, 얼음물도 10만 병 내외로 추가 공급을 해서 매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여러 가지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답을 마무리했다.
국민의힘은 이후 예정된 당 원내대책회의를 이유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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