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두 달, 의사·환자는 혼란…업계는 고사
정작 서류 확인 어려워 진료 거부
비대면 플랫폼 업체 7곳 이탈
"비대면 진료 산업 사라질까 우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의사와 환자 간 혼란만 커지고 있다. 의료진은 복잡한 절차, 불분명한 책임소재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고 시범사업 대상인 재진 환자는 비대면 진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대상자 범위가 재진 중심으로 대폭 줄어들고 대상자마저도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이용자 급감에 수익성이 악화한 플랫폼 업계는 사업을 접고 있다.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 시점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가운데, 정부가 개선점을 마련하지 않으면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종인 비대면 진료 산업이 국내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면 진료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8/04/akn/20230804093036315cdet.jpg)
4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 2달차였던 지난달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취소율은 40%로 파악됐다. 시범사업 시행 전(17%)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이 되면서 진료 대상이 30일 이내 동일 질환코드로 같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축소됐다.
경기도 내 이비인후과 의사는 "최근 자신의 병·의원을 방문한 적 없는 환자라면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데다, 재진 환자의 대면진료 기록 등 서류 확인 절차가 번거롭다"고 말한다. 특히 감기처럼 여러 종류로 나뉘는 질환의 경우 재진으로 환자가 신청했더라도 첫 진료와 질병코드가 다르면 비대면 진료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진료 거부를 하는 병·의원들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등 1~2급 감염병 확진자, 노인, 장애인, 섬·벽지 거주자만 예외적 초진이 가능하다. 이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산협 관계자는 "'소아 장애인'은 초진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애매하고 위험 부담을 안기 싫다는 이유로 100%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보호자의 불편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는 한때 소아청소년과 진료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로 '소아과 대란' 해결사 역할을 했지만, 시범사업 전환 후 재진 한정이 되면서 비중이 5%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탈했다는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소아의 경우 초진 한정으로는 휴일·야간 의학적 상담만 가능한데, 어느 누가 이를 위해 이 시간에 병원 대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대면 의료의 강점이었던 약 배송마저 금지되면서 환자들은 직접 병·의원을 찾기 시작했다. 굿닥의 지난달 일평균 비대면 진료 건수는 5월 대비 95%, 업계 1위인 닥터나우는 같은 기간 27% 각각 줄었다. 플랫폼 업계 썰즈, 파닥, 체킷, 바로필, 모, 룰루메딕, 메듭 등 7곳은 시범사업 기간 서비스 종료 선언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끝나면 산업을 이탈하는 업체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지만, 혼선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2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질환 제한없이 재진이라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건 과도하다"(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감기의 경우 일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다른 합병증이 있는지 봐야 하는데 한 달까지 한 질병으로 보는 게 적절한지 의문"(강은미 정의당 의원)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다.
업계는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항목을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의 포지티브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 이후에도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진 환자의 정의와 초진 대상 환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비대면 진료 시장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비대면 진료 시장은 2019년 254억달러(약 33조원)에서 2025년 556억달러(약 72조원)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북미가 154억달러(약 20조원)에서 306억달러(약 40조원)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 1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아마존 클리닉'의 서비스를 미국 34개 주에서 50개 주와 워싱턴DC 등 전역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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