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안식처를 찾아서 '달밤의 마라톤' [D:쇼트시네마㊷]

류지윤 2023. 8. 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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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다음 날부터 남자는 달밤의 마라톤을 시작한다.

결국 다시 집을 나서 달밤의 마라톤 루틴을 시작했고, 다시 찾아간 카페에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

'달밤의 마라톤'은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씩씩하고 외롭지 않다는 온기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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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옆집 부부 싸움 소리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 남자는 소음을 피하고자 밖으로 나선다. 늦은 밤 길거리 역시 남자가 마음 붙일 곳이 없다. 취객을 피해 자리 잡은 놀이터엔 불량학생들이 다가온다. 불량학생들의 눈을 피해 자리 잡은 공원의 벤치는 곧 노숙자에게 빼앗긴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커피를 시키는 남자, 그러나 아르바이트생 여자는 남자의 지친 얼굴을 보고 커피 대신 우유를 건넨다.

우유를 마시고 돌아간 날, 남자는 모처럼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부터 남자는 달밤의 마라톤을 시작한다. 취객을 피해 놀이터를 가고, 불량학생을 피해 공원에 간다. 노숙자를 피해 다음 발걸음을 향하는 곳은 카페다. 여자 역시 남자를 반기고 우유를 꺼내온다. 이제 옆집의 소음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잘 수 있게 됐고 얼굴은 생기가 돈다.

어느 날처럼 달밤의 마라톤을 마치고 우유를 먹기 위해 간 카페에는 매일 있던 아르바이트생 여자가 아닌, 다른 이가 주문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여자의 안부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알 바 아니지 않느냐"란 매정한 말이다.

카페에서 밤마다 우유를 시켜 먹는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의 관계, 그 이상도 아니었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다.

한 동안 거슬리지 않았던 옆집 부부의 싸움 소리가 또 날카롭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똑같은 일상에 여자 하나 보이지 않았을 뿐인데 남자의 평화롭던 일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집을 나서 달밤의 마라톤 루틴을 시작했고, 다시 찾아간 카페에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 속, 여자는 계산대, 남자는 창가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왔지만, 이제는 나란히 앉는다.

남자에게 아르바이트생이 준 우유 한 잔과 카페는 위로와 편안함에 이르게 하는 안식처다. 카페에 가기 전 달밤의 마라톤 루틴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귀여운 핑곗거리가 된 과정이 풋풋하다. '달밤의 마라톤'은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씩씩하고 외롭지 않다는 온기 같은 영화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우유 한 잔일지 몰라도, 남자에게는 더 이상 밤을 설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어줬다. 우유는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공감, 혹은 따뜻함의 상징으로, 각자 자신에게 우유 같은 존재는 누구일지, 무엇일지 떠올려보게 한다. 20대 현실적인 청춘의 낭만이 귀엽게 그려져 가볍게 감상하기 좋다. 러닝타임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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