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혁신금융 STO’ 부실 배설창구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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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가치 있는 모든 것을 유가증권으로 발행해 투자하고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
부동산·미술품·한우 등의 자산(기초자산)을 토큰 형태의 유가증권으로 바꿔 투자자들에게 파는 STO 시장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STO 사업자들은 자산을 신탁수익증권(자산에 대한 수익권)이나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바꿔 최소 50매 이상(공모 기준)의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는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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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전가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 막아야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 있는 모든 것을 유가증권으로 발행해 투자하고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 이른바 '조각투자'라고 불리는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s)이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부동산·미술품·한우 등의 자산(기초자산)을 토큰 형태의 유가증권으로 바꿔 투자자들에게 파는 STO 시장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금융당국은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자인 테사·소투·아트투게더·아트앤가이드 4곳과 한우 조각투자 사업자 뱅카우에 ST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을 허용했다.
동시에 STO 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 서식을 만들어 배포했다. 증권신고서는 유가증권을 50인 이상 투자자에게 ‘공모’로 발행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서류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에 흠결이 없다고 판단하면 사업자는 신고서 내용대로 토큰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은 장외거래 플랫폼이나 트레이딩시스템(HTS·MTS) 등을 통해 토큰을 매매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플랫폼 회사와 연계해 미술품이나 한우뿐만 아니라 빌딩이나 호텔같은 대형 부동산, 사회인프라(SOC) 대출, 선박금융 등을 STO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렇게만 되면 기관 투자가들의 전유물이던 대형 실물 투자자산이나 프로젝트성 대출에 개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부동산이나 식자재 같은 실물자산을 실물 그대로 투자자 수만큼 잘게 조각 내서 거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거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유가증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STO 사업자들은 자산을 신탁수익증권(자산에 대한 수익권)이나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바꿔 최소 50매 이상(공모 기준)의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는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 과정을 톺아보면 STO는 대출이나 정기예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유동화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과거에도 해외 부동산을 유동화증권으로 발행해 특정 소수의 개인 투자자에 매각하는 사례가 있었다. STO가 본격화되면 이런 유동화 과정을 통해 토큰으로 거래되는 자산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해진다.
우려되는 것은 STO가 부실자산의 배설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자본시장에서 이뤄지는 자산유동화는 금융회사들이 보유 자산을 셀다운(Sell down, 매각)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회사의 내부 리스크관리 규정상 장기적으로 보유하기 어렵거나 시장환경 변화로 손실 리스크가 커진 자산을 장부에서 털어내는 ‘북오프(Book Off)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한다.
일종의 자산유동화인 STO도 리스크가 크거나 부실화된 자산을 토큰 형태로 바꿔 개인 투자자에게 넘기는 용도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 투자위험 요인을 꼼꼼하게 따지는 기관 투자가들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크더라도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길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도입 초기부터 물이 흐려지면 혁신금융이라는 STO가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워진다. 개인별 투자액 한도 설정과 같은 소극적인 투자자 보호책뿐만 아니라 STO를 건전한 시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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