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우완 최대어' 됐다…인천고 김택연의 속마음은

고봉준 2023. 8.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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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고 3학년 오른손 투수 김택연이 3일 서울 신월야구공원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장안고와의 2회전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자고 일어나니 우완 최대어가 됐다. ‘고교 특급’ 장현석(19·마산용마고 3학년)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김택연(18·인천고 3학년)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김택연은 3일 서울 신월야구공원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장안고와의 2회전에서 2-0으로 앞선 5회말 구원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을 무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11-1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5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올라와 장안고의 추격을 1점으로 막아낸 뒤 남은 3이닝을 완벽하게 지켜 승리투수가 됐다. 인천고는 16강행 티켓을 가져갔다.

김택연은 여러 KBO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우완 유망주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힘 있는 직구를 던지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안정적으로 구사할 줄 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프로 스카우트는 “김택연의 최고 장점은 기복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 공을 던진다. 또, 직구 구속이 150㎞는 넘지 못해도 볼끝은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김택연 역시 “남들과 비슷한 직구여도 구위는 조금 더 좋다고 생각한다. 또, 몸쪽과 바깥쪽 모두 던질 줄 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택연은 황준서(18)와 육선엽(18·이상 장충고 3학년), 조대현(18·강릉고 3학년), 전미르(18·경북고 3학년) 등과 함께 202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9월 14일 개최) 상위 지명 후보로 분류된다. 특히 장현석이 최근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면서 김택연의 주가가 더 올라갔다.

김택연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내 이름이 불려 기분이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성과도 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채워 꼭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싶다”고 웃었다.

이날 2-0으로 앞선 5회 1사 만루에서 올라온 김택연은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첫 번째 타자 정기준을 유격수 땅볼로 잘 유도했다. 병살타 코스였지만, 인천고 유격수 김준원이 공을 더듬어 2루에서만 포스아웃이 됐다. 2-1 살얼음 리드. 김택연은 다음 타자 소창현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동명이인 정기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해 불을 껐다. 이어 6회와 7회, 8회를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고, 이 사이 인천고가 8점을 뽑아 11-1 8회 콜드게임 승리가 완성됐다.

등판 초반 140㎞대 초반을 던지다가 막판 들어 최고시속 146㎞까지 뿌린 김택연은 “최근 구위가 정말 좋았는데 몸살이 나서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대통령배를 앞두고 몸 상태가 나아져서 오늘 승리를 책임질 수 있었다”고 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김택연의 거취는 벌써 관심을 끌고 있다. 2순위 지명권을 쥔 두산 베어스와 3순위 롯데 자이언츠, 4순위 삼성 라이온즈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택연은 “나는 10개 구단 모두 좋아한다”는 말로 현재 속마음을 대신했다.

한편 같은 날 ‘디펜딩 챔피언’ 대전고는 청주고를 11-1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5번 우익수 이도현이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고, 3학년 왼손 투수 김민욱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충암고는 전주고를 4-3으로 꺾었고, 경남고도 마산고를 4-3으로 제압했다. 군산상일고는 광주일고를 5-2로 물리쳤고, 청담고는 진영고를 9-8로 힙겹게 이겼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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