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범, 김옥균에 3발의 총탄 발사
[김삼웅 기자]
김옥균과 수행원들은 3월 27일 오후 상하이에 도착했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미국조계지 내티에마로 소재의 동화양행(東和洋行)에 여장을 풀었다. 홍종우의 김옥균 암살 관련 연구자 조재곤이 '재구성한 김옥균 암살사건'의 약사이다.
1. 김옥균 일행, 1891년 3월 27일 상하이 도착
2. 김옥균과 와다(옥균의 하인)는 2층 1호. 우바오런(청국 공사관 비서)은 2층 2호, 홍종우는 2층 3호실에 투숙
3. 그날 밤 윤치호가 뚱허양행을 방문해 홍종우를 만남
4. 28일 아침. 홍종우는 수표를 환전해오겠다며 외출했다가 다시 돌아옴
5. 김옥균은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마차를 빌려놓게 하고 침대에서 쉬고 있었음
6. 오후 4시경에 홍종우가 김옥균 저격, 첫 번째 탄환은 오른쪽 뺨, 두 번째는 복부, 세 번째는 어깨 관통
7. 김옥균, 그 자리에서 즉사
8. 홍종우는 바로 도망쳤다가 다음날 오후 3시에 청국 경찰에 체포됨. (주석 9)
개화의 선구자, 갑신개혁의 지도자 김옥균은 조·청·일 지배세력의 각기 다른 이유와 배경과 목적에서 동족의 손에 암살되었다. 그의 나이 44세, 아직 죽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마침내 홍종우가 그토록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다. 홍종우는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방문을 살며시 열고 곧장 노크도 없이 김옥균 방문을 열어젖혔다. 김옥균은 무방비 상태로 책을 손에 쥔 채 불시의 침입자를 쳐다봤다. 이때 홍종우는 김옥균과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권총을 허리춤에서 꺼내들고 첫발을 김옥균의 얼굴을 향해 쏘았다.
총탄은 김옥균의 왼쪽 볼을 뚫고 머리에 박혀 들어갔다. 김옥균은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홍종우에게 달려들 기세였으나 곧바로 주저앉았다. 홍종우는 뒤로 멈칫하다가 두 번째 총탄을 가슴에 쏘았다. 김옥균이 비틀거리며 등을 돌리는 순간, 홍종우는 확인 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이번에는 마음 놓고 세 번째 총탄을 쏘았다. 그러고 나서 홍종우는 황급히 나가버렸다. 그래도 김옥균은 그 자리에서 절명하지 않고 방밖으로 기어나와 건너 방 8호실 앞 복도에 쓰러져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주석 10)
김옥균은 사마광의 <자치통감(自治通鑑)>을 읽고 있다가 변을 당하였다. 중국의 실세들과 대화를 위해서는 중국 역사 속에 수많은 인물들의 부침이 들어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지혜를 얻고자 해서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다.
일세를 풍미하여 혜성처럼 떠오르던 '풍운아' 김옥균은 한 조각의 운석(隕石)처럼 볼품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에 대한 후세의 포폄이야 어떻든, 인간 김옥균은 당시의 절망적인 조국의 현실을 그대로 지켜볼 수 만은 없었기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한 세상을 치열하게 살다가 장엄하게 쓰러졌다. 그에게는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였지, 일신의 영화·영달이나 닥쳐오는 죽음은 부차적인 사안이었다. (주석 11)
역사적 사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낳은 탁월한 진보적 정치가이며 열렬한 애국자였던 김옥균은 반동적 민가 일당과 일본 침략자의 적극적 공모와 만청 반동층을 비롯한 모든 내외 반동세력의 지지하에 살해되었다. (주석 12)
연락을 받은 청국 관리와 일본 총영사가 형사와 검시관을 대동하고 현장에 달려왔다. 양측의 검시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살자 김옥균은 대나무 침대 위에서 누운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서양식 머리에 몸에는 양복을 입었고 신은 신지 않은 채 약간 어두운 황갈색 양말을 신고 있었다. 시신의 신장은 4척5촌(약 150cm). 나이는 40여 세, 왼쪽 얼굴의 광대뼈 아래 부위에 총상이 한 곳 있다. 턱뼈가 부러져 있었고 총알이 뒷면의 뇌 부분을 관통했다. 복부에도 덮고 있던 모포와 옷을 뚫고 총알이 스쳐 지나간 찰과상이 한 곳 있고, 왼쪽 어깨에 견골 아래 부압에도 관통한 총상이 한 곳 있었다. 서양식 권총에 의한 암살로 판단된다. (주석 13)
주석
9> 앞의 책, 25쪽.
10> 안승일, 앞의 책, 220~221쪽.
11> 앞의 책, 221~222쪽.
12> 임광월, 앞의 책, 216쪽.
13> 신동준, 앞의 책,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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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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