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소셜미디어에 쏟아진 해외 학부모 분노 "인생 최악 경험"

윤현 2023. 8. 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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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등 외신, '온열환자 속출' 잼버리 일제히 보도... "준비 부족" 비판 쏟아져

[윤현 기자]

▲ 덩굴터널에서 더위 피하는 스카우트 대원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 내 덩굴터널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외신들도 잇따라 '준비 부족'을 비판하고 있다.

세계스카우트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글로벌 청소년 문화 교류 축제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가 올해 6년여 만에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렸고, 세계 158개국에서 온 청소년 4만3천 명이 참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장 많은 4500여 명이 참여한 영국의 공영 BBC방송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행사가 열린 전북 기온은 섭씨 35도에 달했다"라며 "참가자 대부분은 14~18세이고, 유명 탐험가인 베어 그릴스(49)를 비롯한 성인들도 많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주최 측에 프로그램을 조정하라고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BBC방송은 "서울시는 기온이 33도와 38도 사이를 오가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내렸다"라며 "한국은 올여름 전국에서 최소 16명이 폭염으로 숨졌으며, 이는 지난해 7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생 추억 만들어야 하는데... 더위와 싸우느라 바빠"
 
▲ 잼버리 병원 찾은 환자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질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영국 <텔레그래프>는 "잼버리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여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지만, 올해 한국에서 열린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더위와 싸우느라 너무 바빠서 재미를 느낄 새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잼버리에 자녀를 보낸 영국 학부모들은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자녀들이 모기가 들끓는 야외에서 지내며, 식량도 부족하고 더러운 화장실을 써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국의 한 학부모는 <텔레그래프>에 "잼버리에 간 아들이 현장을 난장판(shambolic) 같다고 했다"라며 "숨 막힐 정도로 더운 데다가 쓰레기, 열악한 위생, 식량 부족 등 문제점이 끝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여러 나라의 학부모들도 잼버리에 참가한 자녀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잼버리 공식 소셜미디어에 분통을 터뜨렸다. 
 
더위가 매우 심각하고, 준비도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있는 많은 청소년들이 집에 가고 싶어해서 안타깝습니다.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주최 측이 최선을 다해서 상황을 바꿔주길 바랍니다. (ca*****)

잼버리에 간 아들이 너무 걱정됩니다. 더위에 지쳤고, 물과 식량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잼버리에 갈 날을 기다리며 참가비를 힘들게 모았다는 것이 속상합니다. 아들이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 재난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susanagoisp*****)

청소년들이 햇볕에 불타며 힘들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늘이 없고, 화장실은 더럽고, 모든 것이 끔찍합니다. 당장 행사를 중단하고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쉬도록 해주세요. 그들은 이런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marcelo.c*****)

스카우트 모토가 '준비하라'인데... "악몽이 된 잼버리"
 
▲ 공수해 온 그늘막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 그늘막이 깔려 있다.
ⓒ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이날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잼버리 개영식을 위해 한국 시골의 무더운 잔디밭에 앉았다"라며 "이 가운데 수백 명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자원봉사자는 <뉴욕타임스>에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땀이 줄줄 흐른다"라며 "그늘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AP통신도 "광대하고 나무가 없으며,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곳에서 잼버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라며 예견된 사태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창행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새만금은) 행사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며, 다른 곳에서 잼버리를 개최했어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했다.

또한 영국 스카우트 조직위원회 측이 "청소년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면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국에서 했던 여름 캠프와는 다르겠지만, 이것도 문화적 경험의 일부"라고 말한 것을 덧붙였다. 

반면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들이 잼버리에 참가했다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학부모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처음에는 텐트가 준비되지 않아 아들이 바닥에서 자야 했고, 함께 참가한 아들의 친구는 폭염 때문에 의료진의 진찰을 받았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Be Prepared)인데 주최 측이 어떻게 이 정도로 준비가 안 돼 있을 수 있나"라며 "아들의 꿈이 악몽처럼 보여 실망스럽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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