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해외개척기]③한국은 포화…보험사들 "해외로"
최근 규제도 완화…非보험으로 영역 확대 전망
보험사들도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은 보험 가입이 포화 단계에 이르러 성장이 정체됐다고 판단, 아직 성장 여력이 남은 해외,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노리는 모양새다.
생·손보 모두 동남아 정조준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최근 베트남 9위 손보사인 BSH손해보험 지분 75% 인수계약을 체결 후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DB손보가 베트남 손보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5년 베트남 시장점유율 5위인 PTI손보사 지분 37.32%를 인수한 뒤 현재 시장점유율 3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월에는 10위권 손보사 VNI손보의 지분 75%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DB손보가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1980년대부터다. 미국 하와이와 괌 지역을 주로 공략해온 DB손보는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보험 산업도 포화 단계에 다다른 국내 시장과 달리 여전히 가파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특히 인구구조가 젊은 베트남에 힘을 쏟고 있다.
KB손해보험도 동남아 지역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KB손보가 노린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현지에 진출한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등 KB금융 계열사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KB손보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0년 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21년 흑자로 전환, 지난해에는 11억65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매출 격인 수입보험료도 202년 1965억2300만루피아(약 168억원)에서 2882억5800만루피아(약 246억원)로 46.7%가량 증가했다.
국내 시장에서 손보사들보다 더 극심한 정체기를 맞은 생명보험사들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열심이다. 한화생명은 2009년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2009년 당시 16억원에 불과했던 베트남 법인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2410억원으로 100배 넘게 증가했다. 현지 생보사 상위 10위권 내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다. 최근 한화생명이 집중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그룹의 금융자회사 리포손해보험의 지분 62.6%를 인수했다. 리포손보는 인도네시아 손보사 77곳 중 14위 수준으로 건강·상해보험 판매 기준으로는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연초 KB생명과 푸르덴셜이 통합되면서 출범한 KB라이프생명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사업부를 구성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동남아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생명도 태국 법인을 통해 연초 연금보험 상품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초 처음으로 해외 법인을 베트남에 만들었다.
이미 실적은 성장중…"보험업 한계 넘을 필요도"
국내 보험회사가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이미 1억달러를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2년 보험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해외 진출 보험사 11곳(생보 4곳, 손보 7곳)이 지난해 11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1억2250만달러(약 1575억원)로 전년 대비 34.9% 증가했다. 이중 보험업 이익은 1억1200만달러, 금융투자업 이익은 1070만달러였다. 금감원은 "생보사는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영업여건이 개선됐고 현지 법인의 부동산 임대업 이익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성장했다"며 "손보사는 현지 진출 국내 기업 대상 매출이 늘어났고, 베트남 등 신흥시장 신규 진출 및 해외 보험영업 규모도 확대 추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사의 해외 진출이 보험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보험업과 관련 없는 신사업을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다양한 해외 금융사와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보다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2014년 보험업법을 개정해 보험사의 해외 진출 부담을 줄여준 결과 일본 보험사들은 해외에서 보다 폭넓게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침 금융 당국도 규제 개선에 나선 만큼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달 17일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 출자 제한 및 자금 지원 규제를 대거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보험사는 해외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보험은 해외 진출이 타 업계에 비해 다소 어려웠다"며 "이번 규제 완화를 기회 삼아 여러 보험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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