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562억원 횡령, 구멍 뚫린 금감원 안전망

조계원 2023. 8.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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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검사에도 횡령 놓쳐, 우리은행 이어 두 번째
금감원 “검사 방향 달라 개별 사건 적발 어려워”
금융권, 금감원 검사 품질 및 횟수 하락 지적도
쿠키뉴스DB

BNK경남은행에서 562억대 횡령 문제를 두고 금융감독원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금융사고의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여러번의 검사에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해 60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 사건 때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 했던 만큼 이번 사태를 두고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지난달 20일 부장급 이모(50)씨가 PF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횡령사고를 보고받고 21일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이달 1일까지 횡령사고 금액이 562억원을 넘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략 7년 동안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하던 자금 326억원을 가족 법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PF대출 상환자금 158억원을 자신이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씨의 혐의를 두고 일차적으로 경남은행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가 내부통제의 기본인 순환인사 원칙에서 벗어나 15년 가까이 줄곧  PF 업무를 담당해온 점은 이를 방증한다. 또한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분리가 진행되지 않고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에 대한 점검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은행 내부통제 다음으로 미흡했다고 지적을 받는 부분이 금감원의 검사 역할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을 통해 신용질서를 유지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공공기관은 아니다. 특수법인인 금감원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금융회사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받아 꾸려간다. 분담금을 받는 만큼 금융기관에 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역할도 담당한다.

문제는 금융회사의 자체 감사와 함께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예방할 금감원의 검사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횡령이 발생한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경남은행 검사를 통해 내린 제재와 경영유의조치만 총 15건(제재 5건, 경영유의 10건)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제재와 경영유의조치에서 이번 5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횡령과 관련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은행 614억원 횡령 사고 때와 동일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이 발생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실시했지만 횡령 정황을 잡아내는데 실패했다. 이 때도 금감원의 검사와 관련해 책임론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검사의 방향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에 여러 차례 검사를 나갔지만 횡령 사고를 적발하지 못해 아쉽다”며 “금감원의 검사는 건전성 등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개별 건에 대한 적발은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검사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검사 인력의 전문성이 점차 떨어지고, 형식적 검사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를 받아보면 문제가 있었던 부분만 반복해서 들여다 볼 뿐 새로운 부분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이 쌓일 때가 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다시 비전문인력이 오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 횟수도 감소세다. 2020년 연간 631회에 달하던 금감원 검사 횟수는 2021년 505건으로 줄었고, 다음해 상반기에는 230회에 불과했다. 코로나 시기를 감안해 서면검사 횟수만 봐도 2020년 414회에서 2021년 264회, 2022년 상반기에는 96회에 그쳤다. 금감원의 금융기관 제재는 2020년 124건에서 2021년 108건, 2022년 상반기에는 34건으로 줄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권 횡령사고 건수는 111건, 횡령액은 944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경남은행 횡령사고로 최근 6년간 은행권 횡령액은 15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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