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5>-'찰나찰나 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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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의 저자 박보람 충북대 교수는 "화엄경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배우고 그전까지 없었던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어떤 존재나 상태가 되라고 말하는 경전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화엄경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경전이다. '나'가 온전한 부처님 임을 믿으려는 서원을 일으켜서 부처님이 할 일을 하라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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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의 저자 박보람 충북대 교수는 "화엄경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배우고 그전까지 없었던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어떤 존재나 상태가 되라고 말하는 경전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화엄경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경전이다. '나'가 온전한 부처님 임을 믿으려는 서원을 일으켜서 부처님이 할 일을 하라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가능한 한 많은 시간 화엄경을 읽고 되새기며 보내는 것이 곧 '나'가 부처로 사는 방법이다. 얻고자, 알고자, 되고자 하지 않고 <화엄경>을 읽는 그 순간에는 부처님도 중생도, 열반도 생사도, 기쁨도 고통도, 깨달음도 무명도, 너와 나도 그저 한순간일 뿐이다. 글자 수 914자.
초기 화엄교학이 이해한 <화엄경>의 수행은 성불하기 위한 수행이 아닙니다. 일승보살도의 수행이란 곧 불행으로서 "'나'가 온전한 부처님"임을 믿으려는 서원을 일으켜 부처님이 할 일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앞서서 '이것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고 안 하고의 문제'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사실 '부처님이 할 일'이라는 말에도 어폐가 있습니다. 다만 제 표현력이 부족하여 달리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굳이 오해의 소지를 무릅쓴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을 어떤 고정되고 성취될 수 있는 단계, 존재, 상태로 이해한다면 이것은 <화엄경>의 부처님이 아닙니다. 부처님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가 따로 있어서 부처님의 행, 즉 불행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어떤 사태를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부르고, 불행이라고 생각하며, 중생이라고, 보리수라고, 또는 제바달다라고 분별하는 것일 뿐입니다.
또 하나, 그렇다면 "'나'가 부처님"임을 믿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십주의 처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이미 초발심했으니 그 이후는 초발심이 아닌 불행이기만 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 초기 화엄교학은 찰나찰나 발심(念念發心)으로 이해합니다. 즉 초발심 이후 보살은 매 찰나찰나 믿으려는 의지, 서원을 끊임없이 일으킵니다. 이것이 곧 불행입니다. 앞서 소개한 머리와 다리가 하나이고 아버지와 아들의 나이가 같다면 첫 발심이 곧 끝 발심이며 이를 찰나찰나 발심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흔히 '초심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하는 것은 초발심을 십주의 첫 주에 묶어 놓고 현재의 자신을 초심과 분리하여 분별하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입니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면 안 됩니다. <화엄경>의 보살은 항상 초심일 뿐이니까요.
초심, 이 자리는 중생은 들어온 적 없으며 보살은 머무르지 않고 부처님은 나가지 않으시는 자리입니다.
-박보람,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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