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넌 정직해서 탈"…'오른팔' 펜스, 트럼프 잡을 증인 됐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보좌관에서 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인으로 변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64) 전 미국 부통령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가운데, 펜스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때 트럼프가 '최고의 부통령'이라고 칭했던 그는, 범죄 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인으로 떠올랐다. NYT는 "펜스는 트럼프와 나눈 대화 내용을 검찰에 진술했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파탄 난 과정도 함께 드러났다"고 전했다.
“넌 정직해서 탈…공개 저격할 것”
공소장엔 2020년 말 트럼프가 펜스에게 대선 결과에 불복하라고 압력을 가한 정황이 45쪽에 걸쳐 자세히 기록됐다. 그해 크리스마스 날, 트럼프는 펜스에게 전화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거부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부통령이자 상원의장이었던 펜스는 각 주 선거인단의 투표를 승인하고 그 결과를 확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에 펜스는 "결과를 바꿀 헌법적·법적 권한이 없다"고 거부했다. 미국 대선에선 투표는 일반 유권자들이 한다. 단 개표 결과는 주별 선거인단 숫자로 산정돼 형식상으론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트럼프의 지시는 대선 개표 결과를 거부하라는 게 된다.
트럼프는 새해 첫날 재차 같은 요구를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오간 뒤 트럼프는 "널 공개적으로 공격하겠다"며 펜스를 협박했다. 이어 "넌 너무 정직해서 탈"이라고 비난했다.
그로부터 5일 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1·6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에서 펜스는 당시 목숨을 위협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트럼프가 트위터에 "펜스는 바이든의 당선을 막을 용기가 없다"는 글을 올리자, 지지자들이 "펜스는 어디에 있나", "펜스를 잡아라" 등을 외치며 12m 근처까지 접근했다고 한다. 백악관 비밀 경호국의 도움을 받아 대피한 그는, 이튿날 선거 결과를 확정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졌다"고 선언했다.
최고의 파트너에서 대선 경쟁자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펜스는 트럼프와 갈등을 빚을 당시 실시간으로 상황을 메모로 남겼다고 한다. 그의 보좌관들이 앞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펜스와 트럼프 간의 통화 내용을 아는 이는 없었다. 올해 초 검찰에 출석한 펜스는 메모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 간의 대화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2021년 이후 완전히 갈라선 두 사람은 최근 미 대선의 공화당 경선 후보로 다시 맞붙었다. 다만 지난 6월 뒤늦게 입후보한 펜스는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WP는 "지지율과 모금 실적이 낮아 이달 23일 예정된 대선후보 첫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4만 명의 후원자,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최소 1% 이상의 지지율 확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 번째로 기소된 뒤에도 각종 설문에서 50%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공화당 후보 중 압도적 선두다.
다만 트럼프의 세 번째 기소가 펜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공소장이 공개된 뒤 펜스의 지지율과 슈퍼 팩(정치자금 후원 단체)의 모금액이 증가했다"며 "함께 일했던 대통령의 핵심 증인이 되면서 법적으로 얽히게 된 점이 경쟁 관계에 새롭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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