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외국인 근로자 빗장 과감히 푼다…"킬러규제 철폐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친 직후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규제를 철폐하는 노동시장 정책을 제시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시대변화를 못 따라가는 현 외국인 인력 정책을 킬러 규제로 지목하고, 획기적인 국가 정책 방향의 전환을 지시했다”며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대로 범부처 차원의 회의를 열고 공개 메시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빗장을 과감하게 푸는 게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역대 최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위기 해법으로 외국인을 택한 것이다.
대통령실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시장변화에 맞춰 외국인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조 하에, 고용노동부에는 국내 노동자 일자리 보호에 방점을 두면서 외국인 노동인력을 종속·부차적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탈피를, 법무부에는 불법 체류자 단속 위주에서 벗어나 외국인력의 유입·관리 및 통합 방안을 주문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법무부의 경우 지금 관련 정책 추진 상황을 용산과도 공유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준비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온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 대통령에게 순차적으로 보고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게 된 배경에는 인력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에 따르면 생산 활동에 필요한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 고용인원이 충분한지를 묻는 문항에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7.2%)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지난 2일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후 가진 전북 기업인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외국인 노동인력 도입 쿼터 확대조치를 두고 “기업이 인력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면 해외에서라도 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제조업과 건설 현장에서는 구인난과 함께 급상승한 임금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이러한 때에 제조 현장을 떠받치는 외국인 노동자가 자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숙련기술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값싼 인력으로만 생각했던 인식에서 벗어나, 베테랑 기술인력으로 활용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18년 만에 고용허가제도를 개편했다.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일하면서 장기간 숙련도를 쌓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현행 4년 10개월에서 10년으로 늘렸다. 취업 분야도 확대했는데, 최근 공청회를 통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계획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전 부처를 관통하는 외국인력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TF’를 발족시켰다.
이와 함께 이민 정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지도 포인트다.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문화 구성원이 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세밀한 외국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무부에서 이주민 유입 및 내국인과의 통합이 체계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방향성을 정하고 세부안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주민 인권 보호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거론하며 이주민 인권 개선 및 제반 시스템 구축을 통해 내국인과 이주민이 존중하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상태다. 또 이민자 기여 사회발전 기금 설치(2023년), 이민행정 원스톱 플랫폼 구축(2024년), 난민 신청·심사 절차 개선(2025년), 이민자 인권보장 현황 점검(2026년), 이민자 인권보장을 위한 법령 점검(2027년) 등을 연차별 이행계획으로 제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국경 이주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신설’을 언급하며 이민청(가칭) 설치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용산 청사에서 가진 한국-캐나다 정상회담에서 “단일 민족성이 강한 한국도 이제 이민 문제가 당면 과제가 됐다”는 질문에 “대한민국 국민도 우리와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더 키워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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