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김은경의 정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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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정치 언어 하면 통찰력, 유머, 공감의 촌철살인을 떠올렸다.
현재 정치권에선 진영으로 쫙 갈라져 살벌한 증오의 언어만 오가고 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2일 강원도민과의 간담회에서 "교수라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는 무조건 깔아뭉개고 우리편은 떠받드는' 요즘 여야 정치 언어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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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정치 언어 하면 통찰력, 유머, 공감의 촌철살인을 떠올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에 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란 말에서 국민들은 희망을 생각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가(내로남불)”에 무릎을 치기도 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고,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고 노회찬 의원의 언어는 우리나라 법의 형평성을 의심하게 했다. 현재 정치권에선 진영으로 쫙 갈라져 살벌한 증오의 언어만 오가고 있다. 품격을 잃은 지 오래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2일 강원도민과의 간담회에서 “교수라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노인)들이 (청년과) 똑같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냐”는 발언에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한 해명이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정치 언어를 모르는 게 아니라 너무 정치적인 언어였다는 게 문제다. 좌담회 발언은 무의식적으로 나온 건지는 몰라도 팬덤 결집용 언어로 구성됐다. ‘노인=여당 편’이라는 민주당식 사고 아니고선 나올 수 없는 얘기였다. ‘상대는 무조건 깔아뭉개고 우리편은 떠받드는’ 요즘 여야 정치 언어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오히려 김은경식 정치 언어의 진수는 뒤이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노인 비하 논란을 해명하며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창피하고,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 비분강개를 유감없이 표출했다. 하지만 ‘치욕’이란 단어를 쓰려면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고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게 너무 치욕스러워 남은 임기, 고액 연봉과 상관없이 그만 뒀다”고 해야 정상이다. 연봉 3억원 다 챙기고 임기 마친 사람이 사용할 정치 언어가 아니다. ‘비분강개형’이 아닌 ‘비겁형’이다. 그의 발언으로 여전히 공공기관장에 알박기하고 있는 전 정권 인사들의 사고방식만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위원장의 정치 언어가 많은 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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