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정복 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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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여호수아서의 가나안 정복 전쟁 기사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통쾌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하나님 백성이 이교도들을 다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발로일 수 있습니다.
'가나안 족속은 죄를 지은 자들로 묘사되지 않는다' '가나안 사람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는 죄를 범한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정복 이야기의 언어와 이미지에는 문학적 신학적 의미가 있다' 등의 명제를 조목조목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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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여호수아서의 가나안 정복 전쟁 기사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통쾌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하나님 백성이 이교도들을 다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발로일 수 있습니다. 씁쓸하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무고한 어린이들과 여자들까지 진멸하라는 건지 정서적 납득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정말로 하나님은 가나안족을 박멸하라고 하신 것일까요. 혹시 가나안 정복 기사를 우리가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고대 문서를 현대적 시각으로 읽어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난제를 월튼가 사람들이 풀겠다고 나섰습니다. 아버지 존 H 월튼은 구약학자이고, 아들 J 하비 월튼은 신약학자입니다.
사실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전쟁 기사는 많은 학자와 일반 신자들에게 심한 두통거리였습니다. 잔인한 하나님, 폭력에 연루된 하나님을 상정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실한 집행, 통쾌한 승리, 이교도의 진멸 등은 전통적 보수적 성경 해석가들의 전리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할까요.
월튼 부자가 진검 대결하듯 설명에 나섭니다. 먼저 월튼은 현대의 관점에서 고대 문서를 읽는 습관과 관행에 적색 신호등을 켭니다. 그는 고대의 문화적 강에 배를 띄워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단어로 ‘헤렘’을 듭니다. 그것은 인종적 청소와 같은 대량학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점에서 현대의 일반적 번역인 ‘진멸’은 오도된 번역이라고 논증합니다.
월튼 부자는 고대 근동의 유사 문헌들, 고대 언어의 어휘론, 고대의 문학적 관습으로서의 과장법 등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에게 고대 문헌 기록방식과 문학적 관습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청합니다.
성경해석에 관한 책이고 해석학적 렌즈로 여호수아서를 읽었다고 하면 틀리지 않습니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가나안 족속은 죄를 지은 자들로 묘사되지 않는다’ ‘가나안 사람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는 죄를 범한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정복 이야기의 언어와 이미지에는 문학적 신학적 의미가 있다’ 등의 명제를 조목조목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마지막에선 정복 기사를 포함해 구약성경은 신약성경을 해석하기 위한 모형을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어 신약성경은 오늘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합니다. 신약에서 ‘헤렘’의 적용은 우리가 이전 신분을 벗고 그리스도의 주권에 복종하는 것에서 발견됩니다. 따라서 ‘헤렘’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정복 전쟁 기사를 골치 아픈 주제라고 옆으로 비켜놓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정독해보기를 권합니다. 구약 신학적으로 진일보한 학문적 공헌입니다.
류호준 교수(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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