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4) 복통으로 수학 시험 제대로 못쳤는데도 서울대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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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개인의 적성에 따라 대학 전공을 정하곤 한다.
하지만 내 때는 달랐다.
가장 자신 있는 수학 시험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니 그때 느낀 절망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때 리폼드신학교 교육학 교수 한 분이 내게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지원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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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도
신학대 7곳 탈락뒤 합격의 영광
최선의 노력에 은총 더해진 결과
요즘엔 개인의 적성에 따라 대학 전공을 정하곤 한다. 하지만 내 때는 달랐다. 문·이과를 선택한 다음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 전공을 택했다. 나 역시 성적에 맞춰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지원했다.
대입 시험은 이틀간 치러졌다. 첫날은 수학 시험이었다. 그런데 시험 도중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아파왔다. 결국 나는 시험 도중 손을 들었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시험 감독관이 입실을 막았다. 나갈 순 있어도 다시 들어올 순 없다는 것이다. 가장 자신 있는 수학 시험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니 그때 느낀 절망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둘째 날 시험은 무사히 치렀다. 그렇지만 첫날의 실수를 상쇄할 정도로 잘 본 것 같진 않았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2지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엄청 기뻤지만 한편으론 얼떨떨했다. 나로서는 또 한 번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중·고교와 서울대 입학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니 괜한 오해를 할까 우려된다. 솔직히 젊은 시절 학벌로 인정받을 땐 나도 모르게 ‘나는 대단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실체는 내가 잘 안다. 상급학교 입학시험을 볼 때마다 매우 긴장했고 돌발상황도 있었다. 최선의 노력 너머 더해진 주님의 은총을 알기에 ‘명문 학교 입학은 하나님 은혜’라고 말할 수 있다.
훗날 미국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에 합격한 일도 기적과 같았다. 석사 과정을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했던 터라 신학대 위주로 박사 과정 원서를 일곱 군데에 제출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마지막으로 지원한 시카고의 한 신학교에서도 거절 통지를 받았을 땐 정말 암담했다. 박사 과정 합격을 전제로 성도교회 장학금도 약속받고 시카고 한인교회 사역도 수락한 상황이었다. 그때 리폼드신학교 교육학 교수 한 분이 내게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지원을 권했다.
그에게 “지금껏 다 떨어진 제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이제 원서접수 하는 곳은 여기뿐”이란 답이 돌아왔다. 하릴없이 원서를 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전심으로 기도했다. 아마 내가 드린 기도 중에 가장 간절했을 것이다. 한 달 뒤 ‘입학을 승인한다’는 학교 측 전화를 받았다. 이전에 잘 알지도 못했고 알았어도 지원할 엄두도 못 냈을 학교다. 입학 후에도 도무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학교라고 느꼈다. 하나님 은혜 아니라면 합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나님 은혜로 좋은 학벌을 갖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 실력은 부족했음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강하게 나타났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학벌에 대한 욕구가 만연해있다. 어떻게든 명문 학교를 가려 하고 또 보내려 한다. 기독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선 좋은 학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고까지 말한다. 진짜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기독교인은 이런 풍조를 거스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학벌보다 공부하고 일하는 동안 어떻게 주님과 친밀히 교제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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