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4) 복통으로 수학 시험 제대로 못쳤는데도 서울대 합격

양민경 2023. 8. 4. 03: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엔 개인의 적성에 따라 대학 전공을 정하곤 한다.

하지만 내 때는 달랐다.

가장 자신 있는 수학 시험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니 그때 느낀 절망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때 리폼드신학교 교육학 교수 한 분이 내게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지원을 권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한번 하나님의 은혜 경험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도
신학대 7곳 탈락뒤 합격의 영광
최선의 노력에 은총 더해진 결과
방선기(앞줄 가운데) 일터개발원 이사장이 1974년 2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정에서 졸업식을 찾은 일가친척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요즘엔 개인의 적성에 따라 대학 전공을 정하곤 한다. 하지만 내 때는 달랐다. 문·이과를 선택한 다음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 전공을 택했다. 나 역시 성적에 맞춰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지원했다.

대입 시험은 이틀간 치러졌다. 첫날은 수학 시험이었다. 그런데 시험 도중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아파왔다. 결국 나는 시험 도중 손을 들었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시험 감독관이 입실을 막았다. 나갈 순 있어도 다시 들어올 순 없다는 것이다. 가장 자신 있는 수학 시험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니 그때 느낀 절망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둘째 날 시험은 무사히 치렀다. 그렇지만 첫날의 실수를 상쇄할 정도로 잘 본 것 같진 않았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2지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결과는 합격이었다. 엄청 기뻤지만 한편으론 얼떨떨했다. 나로서는 또 한 번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중·고교와 서울대 입학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니 괜한 오해를 할까 우려된다. 솔직히 젊은 시절 학벌로 인정받을 땐 나도 모르게 ‘나는 대단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실체는 내가 잘 안다. 상급학교 입학시험을 볼 때마다 매우 긴장했고 돌발상황도 있었다. 최선의 노력 너머 더해진 주님의 은총을 알기에 ‘명문 학교 입학은 하나님 은혜’라고 말할 수 있다.

훗날 미국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에 합격한 일도 기적과 같았다. 석사 과정을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했던 터라 신학대 위주로 박사 과정 원서를 일곱 군데에 제출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마지막으로 지원한 시카고의 한 신학교에서도 거절 통지를 받았을 땐 정말 암담했다. 박사 과정 합격을 전제로 성도교회 장학금도 약속받고 시카고 한인교회 사역도 수락한 상황이었다. 그때 리폼드신학교 교육학 교수 한 분이 내게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지원을 권했다.

그에게 “지금껏 다 떨어진 제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이제 원서접수 하는 곳은 여기뿐”이란 답이 돌아왔다. 하릴없이 원서를 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전심으로 기도했다. 아마 내가 드린 기도 중에 가장 간절했을 것이다. 한 달 뒤 ‘입학을 승인한다’는 학교 측 전화를 받았다. 이전에 잘 알지도 못했고 알았어도 지원할 엄두도 못 냈을 학교다. 입학 후에도 도무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학교라고 느꼈다. 하나님 은혜 아니라면 합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나님 은혜로 좋은 학벌을 갖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 실력은 부족했음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강하게 나타났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학벌에 대한 욕구가 만연해있다. 어떻게든 명문 학교를 가려 하고 또 보내려 한다. 기독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선 좋은 학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고까지 말한다. 진짜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기독교인은 이런 풍조를 거스를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학벌보다 공부하고 일하는 동안 어떻게 주님과 친밀히 교제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