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것도 영성이다

우성규 2023. 8.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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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을 읽을 수 있는 책 두 권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문명은 바쁘게 사는 걸 미덕으로 여긴다. 일이 많아 분주할수록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피곤해야 뭔가 보람된 일을 해낸 것 같은 오해가 있다. 잠시 손을 놓으면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갈 것 같은 불안감이 문명을 지배한다.

하지만 성경은 창세기에서부터 안식하라고 말씀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에게 다 오라고, 쉬게 하리라고 예수님은 강조한다. 더 높은 사다리, 더 좋은 집과 차, 몸매, 건강 등의 우상에서, 돈과 권력에 매인 노예의 삶에서 자유로 불러냄을 입은 사람들의 공동체가 에클레시아, 즉 교회이다. 여름 휴가철 동반자가 되어 줄 크리스천의 진정한 안식과 관련한 책을 소개한다.


‘잘 쉰다는 것’(좋은씨앗)의 영어 원제는 ‘The Art of Rest’이다. 미국 리폼드신학교 고든콘웰신학교 등지에서 공부하고 보스턴 알레데이아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애덤 마브리 목사가 저술했다. 저자는 스스로 “결코 쉬지 않는다. 뭐라도 한다”고 소개한다. 성격 심리 검사에선 활동성 성취지향성 공격성 그래프가 높게 나와 상담가들을 흥분시켰고 개척 후 빠르게 성장하는 교회에서 일하며 이사 간 집을 손수 리모델링하고 네 아이를 돌보는 것에 더해 뭔가 계획하지 않으면 불안한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가 쉼의 예술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하니 아내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고 고백한다.

마브리 목사는 성도들의 눈높이에서 성경의 안식을 풀어간다. 하나님은 고대 이스라엘에서부터 안식을 베푸셨는데 사실 고대인들이 오늘의 우리보다 안식이 더 힘들었다고 전한다. 고대 근동 지방에선 동틀 때부터 해질 때까지 음식을 얻기 위해 일하고 자급자족하며 이웃 부족에게 공격당할 위협에 살았는데 노동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는 생각은 상식 밖이었다고 밝힌다. 따라서 일곱 번 째 날 쉬신 주님을 따라 팍팍한 일상을 멈추고 창조주를 기억하는 행위는 고대에서도 혁신적 파괴였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를 저술한 세계적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 미국 컬럼비아신학교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브루그만 교수는 “현대의 불안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에게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하나의 저항이자 대안”이라고 말한다. 상품과 생산과 소비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 않는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기에 저항이며 구석구석 스며든 광고라는 존재, 우리의 휴식 시간을 집어삼킨 프로 스포츠를 뒤로하고 하나님의 안식이란 선물을 기억하기에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마브리 목사는 책의 뒷부분에 어떻게 쉬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성도들을 위해서 먼저 충분히 자기, 책 읽기, 산책하며 기도하기, 성찰하며 일기 쓰기, 취미를 개발하고 단순히 놀기, 먹기와 노래하기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헨리 나우웬의 안식의 여정’(두란노)은 20세기의 위대한 영성가 나우웬 전 미국 하버드신학대학원 교수가 생애 마지막 1년 동안 쓴 일기다. 나우웬은 하버드 교수직을 내려놓은 뒤 9년을 같이 살면서 섬기던 캐나다 발달장애인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서 소중한 안식년의 기회를 얻었다. 1년간 라르쉬 사역을 쉬면서 글쓰기 이외의 모든 요청을 거부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기회였다. 꼬박 1년의 안식 기록을 남긴 나우웬은 데이브레이크로 복귀한 3주 뒤에 업무차 떠났던 고향 네덜란드에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만남과 기도로 꽃피운 대가의 마지막 일상 영성의 기록이다.

나우웬은 안식의 시간을 자유라고 표현했다. 그는 “냉철하게 생각하고 깊이 느끼고 전보다 집중해 기도할 수 있는 자유, 마음과 생각 속에 쌓아 온 수많은 경험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자유, 우정을 깊게 가꾸고 새로운 사랑의 방식을 탐색할 수 있는 자유, 무엇보다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하며 새로운 복을 구할 자유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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